1일 이종석 헌재소장 취임…수장 공백 21일 만에 마무리
헌재 창립 35년 넘어…50주년 향해 도약할 때
재판 효율성‧신속성 필요…조직‧인사 전반 점검
“곧 재판관‧연구관‧직원 모두 참여한 기구 구성”
“어려운 도전 직면할수록 기본 놓치지 말아야”
이종석(62‧사법연수원 15기‧사진) 헌법재판소장은 1일 오후 대강당에서 재판관 등 헌재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권한은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최고 규범인 헌법을 통해 부여한 것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없으면 헌법재판소는 어떠한 권위도 가질 수 없고 어떠한 헌법재판도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이 자리에서 “헌재는 창립 이래 줄곧 정치적 중립에 기초해 재판의 독립을 지켜왔지만, 높아진 국민들의 기대는 더욱 엄격한 성찰과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저는 재판 독립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헌재는 창립한 지 35년이 지났다”며 “전임 유남석 소장께서 ‘재판 중심의 재판소’ 운영을 통해 국민들의 높은 신뢰를 잘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창립 50주년을 내다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또 한 번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소장은 우선 재판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인사‧운영‧심판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장기적‧단기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재판연구인력 확충 및 적정한 배치, 연구업무의 효율성 제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 확보와 인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의례적인 행사를 자제함으로써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산 시스템 효율화와 심판규칙 등을 개선해 절차가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헌재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재판연구와 사무처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교육‧연수‧인사제도 개선 및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면서 “개헌이나 통일 등 불확실한 상황 변화에 대비한 헌법재판 제도의 연구 역시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특히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재판관, 연구관, 직원 여러분들이 모두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하겠다”고 공개했다.
그는 “짧은 임기를 의식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제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앞서 말씀드린 것들을 임기 내에 이루기 위해 성급히 계획하거나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헌법재판소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 하나를 마련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한다”며 “제가 놓는 발판 하나가 헌법재판소의 미래를 향한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정치적‧경제적 양극화는 헌법재판소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과제를 남기고 있다”면서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수록 우리는 기본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고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자”고 취임사를 마쳤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이 소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앞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이 소장 후보자에 대해 적격과 부적격 의견을 함께 적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후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에 대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본회의에서 총 투표수 291표 중 찬성 204표, 반대 61표, 기권 26표로 가결됐다. 지난달 10일 유남석 전 소장 퇴임 후 21일 만에 수장 공백이 마무리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과대학 79학번 동기이기도 한 이 소장은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형사합의부장‧파산수석부장,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장 등을 지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