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은행 설립하면 일자리는 ‘덤’
낮은 대출이자에 꺾기근절 효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들의 갑질, 돈 잔치, 독과점, 종노릇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포문을 열었다. 정책 이슈를 뺏기지 않고 선점하기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은행들에게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횡재세’는 은행이 돈을 많이 벌어 배 아프니 세금 더 내라는 놀부 심보일 뿐이다. 국민 70%가 불만을 표출하게 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다. 세금만 더 내면 은행들의 독과점 폐해는 그대로 유지된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었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 교수도 횡재세 도입으로 기업들은 투자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적으로도 손해를 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은행 독과점 원인과 해법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서민 등에게 지원할 때, 대부분 은행을 통한 정책자금 대출이나 보증이다. 은행은 정부가 준 저리 자금에 예대마진을 붙이고, 정부 지원 대출을 받으러 오는 기업이나 개인들을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은행의 가장 큰 위험인 부실채권 우려도 없는, 정부 보증 대출도 덤이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2년 6개월간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정책자금 금리 차 이자수익’에 따르면 은행들은 매년 2500억 원대(2년 6개월 동안 6300억 원대) 규모의 이자이익을 얻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 자금 대출 중 일부를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정책 자금 대출이 40조 원대다. 통상 은행은 정책자금 대출의 경우 1%의 예대마진을 챙기고, 부동산 대출은 7년간 유지되는 것이 평균이다. 즉 작년 특례보금자리론 정책 자금 대출 하나로만 은행들은 매년 4000억 원씩 7년간 2조8000억 원대의 예상 이자수익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뿐인가. 매년 쏟아지는 각종 정책자금 대출, 전세 대출과 보증까지 합치면 은행들은 매년 조 단위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가 청약 통장을 만들어야만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덕에 은행들은 80조~100조 원의 청약 통장 판매로도 수입을 얻고 있다.
국민 세금인 정부 정책 자금은 독과점 은행들에게 매년 조 단위의 이자 수익만 안겨주는 것이 아니다. 카드사나 보험사는 신규 카드, 신규 보험을 늘리기 위해 영업사원을 채용한다. 그리고 영업사원은 길거리로, 심지어 지인과 친척까지 찾아다니며 영업을 한다.
그러나 은행은 자금이 부족해 돈을 빌리러 오는 기업과 소상공인, 개인들에게 카드, 보험, 적금 등 각종 상품 끼워 팔기에 나선다. 은행 직원들도 잘 모르는 ELS 같은 투자상품 가입 권유만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러니 은행들이 앉아서 떼돈을 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횡재세로 세금 좀 더 걷는다고 이런 구조적인 폐해가 사라질까.
해법은 소상공인-중기와 서민들에게 나가는 정부 정책 자금 대출만 취급하는 전문은행을 설립하는 것이다. 우선 정부 정책 자금만 전문으로 처리하는 전문은행 설립으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직원 평균 연봉 1억 원대에 퇴직금과 추가로 많게는 명퇴금 10억 원까지 얹어주지 않아도 되는 전문은행은, 예대마진 1%를 볼 필요가 없어 대출자는 더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청약통장도 전문은행에서만 판매하게 하면 제대로 된 이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구분 없이 모두 하는 국내 은행과 달리 중기-서민 전문은행은 정책자금 대출만 처리하니 대출자는 끼워 팔기 일명 꺾기에 당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 국내 은행들도 국내 금융산업이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기회다. 정부의 규제에 벗어나 경쟁을 통해 글로벌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국민 세금을 통해 수조 원 벌고, 미국 일반 은행 창구 직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으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키코 같은 고위험 투자상품을 불완전판매 하는 것을 국민이 언제까지 당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