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투자 관망세 지속…재고 조정 장기화”
투자· 고용 축소로 이어지면 경기 전반 악영향
글로벌 제조업계가 중국발 경기 침체에 따른 재고 누적에 몸살을 앓고 있다.
5일 일본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월 말 기준, 글로벌 주요 산업군의 재고 총액이 2조1237억 달러(약 2787조7809억 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관련 보도는 퀵(QUICK)과 팩트 셋 등 금융정보 업체의 분석을 바탕으로 전 세계 제조사 4353곳의 재고 현황을 집계한 결과다.
3분기까지 누적 재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2월 말(1조6576억 달러) 대비 28%가량 급증한 규모다.
누적 재고의 증가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영향이 컸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에도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기업들은 재고 물량을 제때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재고조사에 참여한 세계 최대 산업로봇 기업 화낙은 “중국에서 설비투자에 대한 관망세가 지속하고 있다”라며 “공장 자동화 장비의 재고 조정은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에어컨 제조사 다이킨공업 역시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재고가 좀처럼 팔리지 않고 있다”라고 짚었다.
서방 세계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럽 역시 경기 둔화에 직면한 데다가, 북미 시장도 재고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스웨덴 산업기계 기업인 샌드빅은 “유럽 공급망에서 재고 조정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서는 대형 트럭과 산업용 엔진 개발업체인 커민스의 건설기계 판매가 감소했다. 미쓰비시전기도 재고 증가로 인해 에어컨과 가전 부문 북미 매출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런 과잉 재고는 기업의 현금 흐름 압박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주요 제조 기업 4076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9459억 달러로 코로나 쇼크 이전보다 42% 급증했다. 그러나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나타내는 영업 현금흐름(CF)은 1조3752억 달러로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재고 증가가 오히려 영업 현금흐름을 2500억 달러나 끌어내린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재고 문제가 투자 및 고용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는 “기업이 과잉재고와 자금 사정 악화에 시달리면 생산량을 조절하고, 투자와 고용 계획을 재검토하게 된다”라며 “이 경우 재고 과다→생산·투자· 고용 축소→소비 위축→재고 과다의 악순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