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은 이스라엘 정책에 부정적
상하원 거머쥔 야당에 주요정책 휘둘려
대선 예비후보 트럼프 지지율에도 밀려
임기를 약 1년 남겨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접어들어 사실상 조기 레임덕에 빠졌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중간 선거에서 하원을 야당에 뺏긴 것을 시작으로 최근 외교 정책 대부분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8%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FT와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이 지난 5∼6일 미국인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는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에 제동이 걸리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의 고갈”을 경고하며 연내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의회 예산안이 막히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12일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 의회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도 여론조사 결과는 부정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기는커녕 부정적 여론이 확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CBS가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9%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61%는 반대 의사를 보였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직후인 지난 10월 당시 같은 조사에서는 지지 44%, 반대 56%로 집계됐으나 한 달여 만에 지지세는 5%포인트(p) 감소했고 거꾸로 반대 여론이 5%p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CBS가 지난 6~8일 미국 주요지역 유권자 214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CBS는 "미국인들이 생각하기에 이스라엘 전쟁은 핵심 변수가 아니며,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며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정책 자체를 놓고는 정치 성향이나 세대 등을 불문하고 전반적인 여론 악화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외교정책을 시작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국민 여론이 힘을 보태지 못하는 셈이다.
결국, 2025년 1월까지 임기를 약 1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후기 조기 ‘레임덕(Lame-Duck)’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레임덕은 정치 지도자의 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권력 누수 및 지지율 하락 등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에 등극하면서 집권 후반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빠른 레임덕이 닥치면 남은 임기 2년 동안 힘든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도 뚜렷한 우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루 앞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유력 경쟁 후보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미국 전역의 등록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오늘 대선이 열린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43%에 그쳤다.
소속이나 소수당으로 출마하겠다는 다른 대선 후보까지 포함한 다자 가상 대결에서는 격차가 오차범위 바깥으로 벌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7%로 선두를 달렸고, 바이든 대통령은 31%에 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을 추격하는 처지였지만, 이후 역전에 성공한 뒤 최근에는 격차를 조금씩 벌리고 있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는 현상이 고착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