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선거제도 개편으로 선출직 대폭 축소
“계획에 의한 광범위한 정치적 이탈”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제7회 구의원 선거에서 등록 유권자 433만106명 중 119만319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최종 투표율은 27.54%로 집계됐다. 이는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후 구의원 선거가 시작된 199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2019년 민주화 시위 도중 치러진 제6회 구의원 선거 투표율은 71.2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존 번스 홍콩대 명예교수는 “선거는 더 이상 시민들이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통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서 “정부가 일부 범민주 진영이나 중도파 후보의 출마를 허용했다면 투표율은 더 높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은 2021년 선거제도를 개편하며 선출직 비중을 전체 470석 중 88석으로 대폭 줄였다. 또 구의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친중 진영으로 구성된 지역위원회 3곳의 위원 최소 9명으로부터 추천을 받도록 했다. 나머지 자리는 지역위원회 3곳이 선출하는 176석, 정부가 임명하는 179석, 관료 출신 지역 주민 대표로 이뤄진 27석으로 구성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모두 중국에 충성하는 ‘애국자’로 이뤄졌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당선된 구의원들을 축하하는 성명을 내고 “이번 선거가 새로운 구의회 제도의 우월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새로운 선거 방식이 반중 세력이 정치 권력을 얻으려는 시도를 종식시켰다”고 평가했다.
당초 투표는 전날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10시 30분에 종료될 예정이었다. 투표 마감 약 2시간 전 전자선거인명부 시스템 오류로 투표가 잠시 중단됐다. 당국은 자정까지 투표를 연장했다. 데이비드 롯 선관위 위원장은 시스템 오류에 사과하며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스템 문제로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했을지 추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중 정서와는 동떨어진 선거라는 인식이 만연하자 홍콩 정부는 투표 독려에 나섰다. 홍콩 당국은 8∼10일 콘서트와 드론쇼, 불꽃놀이, 무료 박물관과 전시회 입장 등으로 구성된 ‘구의원 선거 펀(fun) 데이’를 개최했다.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유권자들을 위해 중국에서 홍콩으로 가는 항공편 가격을 인하했다. 또 당국은 현지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투표 공식 노래를 제작하기도 했다.
홍콩 침례대의 케네스 찬 부교수는 블룸버그에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대다수의 대중이 ‘경기장 밖’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직 구의원은 “(낮은 투표율은) 단순한 정치적 무관심이 아니다. 이는 계획에 의한 광범위한 정치적 이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