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름 사용ㆍ수평 문화도 원점에서 검토”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11일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고강도 쇄신을 예고했다. 내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해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센터장은 이날 오후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사내 간담회 ‘브라이언톡’을 열고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센터장이 임직원들과 대화에 나선 것은 2021년 2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주요 경영진들이 검찰에 구속되고 임직원의 경영 비위 폭로로 내홍이 불거지자 김 센터장이 직접 사내 갈등 봉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센터장은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카카오의 성장 발판이 된 수평 문화를 재검토하고 노조가 요구한 인적 쇄신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 2024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쇄신의 진행 상황과 내용은 크루(직원)들에게도 공유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기존의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며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투자와 스톡옵션,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 카카오가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추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개선과 개편으로는 부족하다”며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소통이 부족하다는 노조의 주장을 의식한 듯 “저부터도 부족한 부분에 대한 날 선 질책도, 새로운 카카오 그룹으로의 쇄신에 대한 의견도 모두 경청하겠다”며 “모바일 시대에 사랑받았던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국민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