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외에도 신당 창당을 시사하거나, 적어도 현 대표 체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역대 신당 성공 사례에도 눈길이 쏠리는 상황인데요. 두 거대 양당 구도에서 벗어난 신당이 정치권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적 있냐는 거죠.
이준석 전 대표는 4일 ‘KBS 특집 1라디오 저녁’에서 신당 창당과 관련해 “보수 진영에도 자유주의자가 있고 진보 진영에도 자유주의자들이 있는데, 이런 성격을 가진 분들은 같이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보수 정당은 이 두 세력이 결합해서 선거를 치러 왔고 그럴 때 이겼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를 언급하면서 신당을 함께하거나 연합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는데요. 그는 “이낙연 전 대표가 하고 싶어 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문재인 정부의 총리를 지내셨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자는 위치에서 정치를 하실 것인지, 아니면 이낙연이라는 독립된 개체로서 정치를 하실 것인지 이런 것들에 따라서 아주 방향성이 다를 수 있다”며 “그런 것들에 대해서 좀 더 파악되면 정치적인 행보에 대한 고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죠.
그는 “사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많은 국민이 바라는 것이 보수가 100% 옳다, 진보가 100% 옳다의 단계는 넘어섰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제발 좀 상식적인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저는 그 틀 안에서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신당 창당에 연일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앞서 그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우리 정치에 매우 드문 인재다. 그분이 가진 장점도 있다”며 “시기가 되면 만나게 될 것”이라고 연대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문제의식과 충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죠. 다만 이낙연 전 대표는 “단지 일에는 순서가 있어 금방 만나겠다는 뜻은 아니고 문자 그대로 만날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는 모두 기존 당 주류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또 내부 권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공통 목적을 두고 있는 셈이죠.
이준석 전 대표는 1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90석도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민의힘은 100석 밑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 막연한 심리적 저항선이다. 그게 지금 보수정당의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잘못하고 있고 김기현 지도부는 무능력하다. 이 두 가진 진단은 아주 맞는 진단인데 지금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며 “김기현 지도부는 당연히 물러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5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이) 다양성도 인정되지 않고 당내 민주주의도 억압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한 지경”이라며 “(그 원인에) 리더십도 있을 것이고, 강성 지지층의 압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한 겁니다.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바람이 부는 건 사실 매년 반복되는 일입니다. 선거 때에 맞춰 갑자기 등장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정당도 수두룩하죠.
역대 정치 역사상 신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사례 역시 드뭅니다. 이 기준에 맞춰 볼 때 1980년 이후 성공한 신당으로는 1985년 김영삼·김대중의 신한민주당, 1988년 김대중의 평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1992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1996년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있겠는데요. 이들 정당은 모두 대선급 간판 주자를 배출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통일국민당은 1992년 14대 총선 당시 31석을, 자민련은 1996년 15대 총선당시 TK에서 자민련 바람을 일으켜 총 50석을, 국민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호남 돌풍으로 38석을 획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정당은 결국 기존 정당에 흡수되는 등 해산의 길을 걷게 됐고, 현재 흔적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이 말은 곧 양당 구도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입니다. 사실상 총선은 두 정당의 치열한 경합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2000년대 이후 정치 양극화는 더욱 고착됐고, 유권자들의 정치 편향도 극심해졌습니다. 국민의힘이냐 민주당이냐, 이게 ‘문제’라는 건데요. 실제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6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신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5%, ‘신당을 지지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68%로 나타났습니다. 신당에 회의적인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죠.
현 시점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손을 잡는다면 제3지대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두 사람이 거대 양당의 대표를 지냈던 만큼, 완전한 합의에 이르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이어집니다. 이들의 인지도가 역설적으로 연대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이들이 기존 당 주류에 대립각을 세운 만큼 주류에서 회의적인 반응도 발견됩니다.
연대 가능성을 내비친 게 단순히 ‘관심 끌기’ 전략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금은 이낙연 전 대표의 시간이 막 떠오르고 있으니까 거기에 같이 보조를 맞추는 듯한 모습”이라며 “그때그때 사안에 맞는 행동을 할 뿐, 이낙연 전 대표랑 이준석 전 대표가 교집합을 자아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고요.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두 전직 대표의 연대 가능성과 관련해 “‘낙석 연대’가 아니라 ‘낙석 주의’가 된다. 주의해야 한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변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당 지도부에 쇄신과 개혁을 요구한 만큼, 향후 당 지도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따라 신당 창당과 연대 여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일 경우 창당 동력은 크게 약화할 수 있습니다. 현행 연동형을 유지하면 권역별로 3% 이상 정당 득표율만 기록하면 권역별로 최소 1석 이상 확보할 수 있지만,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정당득표율이 7%를 넘겨야 비례 의석을 1석이라도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소수 정당에선 ‘민의가 왜곡된다’는 취지로 이를 비판해왔습니다.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게 두 사람뿐만은 아닙니다. 민주당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송영길 전 대표의 신당 창당설도 흘러나오고 있죠. 이들은 검찰 수사 등 ‘악연’이 있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심판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송 전 대표는 조 전 장관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황입니다.
금태섭 전 의원이 결성한 ‘새로운 선택’과 류호정 의원이 속한 정의당 내 청년 의견 그룹 ‘세번째 권력’은 공동 창당에 나서겠다는 선언까지 마친 상황입니다. 금 전 의원과 조성주 세번째 권력 공동운영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당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하는 제3지대 연합정당”이라며 창당 합의문을 공개했는데요. 이들은 “신당은 앞으로 제3지대 ‘빅 텐트’ 역할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모든 개인 및 진영과 연대를 추진해 더욱 큰 정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계속해서 신당 창당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이들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지, 또 손을 맞잡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구축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는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와의 만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반명’ 목소리가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이른바 ‘3총리 연대설’까지 나오면서 내홍 불씨가 커지는 상황, 이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