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이하 차주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현상이 2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분기로는 8분기째다. 기형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어제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은행권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주담대 연체율은 0.3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30대 0.20%, 40대 0.24%, 50대 0.25%, 60대 이상 0.23%를 2배 가까이 웃돈다. 빚 무서운 줄 모르고 대출을 받았다가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젊은이가 허다하다는 뜻이다.
연령별 연체율은 2021년 9월 이전만 해도 50·60대가 높았다. 그 정상적 판도가 엉망으로 뒤틀린 것은 ‘영끌’, ‘빚투’와 같은 망국적 현상이 번져서다. 젊은 연체 차주들은 돈을 빌릴 당시 원금과 이자의 상환 문제는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주담대 연체만이 아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20대의 회생 신청 건수 1년간 증가율은 12.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이 4년 만에 7배 늘었고, 이들이 갚지 못한 금액도 6배 가까이 불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학자금 대출 자체가 커서라기보다는 다른 빚을 갚지 못해 개인 회생·파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앞날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들이 왜 제대로 뛰기도 전에 부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됐는지 모를 일이다.
박춘섭 신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가계부채 비율이 80%까지는 떨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게 부동산 가계대출인데, 조정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가계부채) 비율이 떨어지도록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 경제의 맥점을 잘 짚은 언급이다. 하지만 우리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기준 100.2%로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80%까지 가려면 수많은 고빗길을 넘어야 한다.
지난달 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3856억 원으로 전달보다 외려 증가했고 주담대 잔액 또한 526조2223억 원으로 근 5조 원 불어났다. 20대 이하 연령층이 이런 기류에 노출돼 빚에 짓눌려 있다. 사회초년생들을 대거 금융 취약계층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긴축 기조를 더욱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메시지부터 명확하게 정리하고 간결한 정책조합으로 임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무주택 청년(19~34세)들의 주거안정, 저출산 해소 등을 위해 2025년부터 ‘청년 주택드림 대출’을 시행한다고 얼마 전 발표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신생아 특례대출’ 청사진도 있다. 기본적으로 선의의 정책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부터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정책금융 보따리를 마구 푸는 것이 과연 긴축 기조와 어울리는지 돌아볼 일이다. 20대 이하 주담대 연체율의 고공비행이 정상인지도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