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집권론' 이해찬 "154석 단독 과반이냐 180석이냐가 관건"
지도부 불만 고조…"언행 신중해야" "창당 의지 거둬야"
내년 4·10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전임 대표들의 돌출 행보에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총선 과반' 낙관론을 펴는가 하면, 신당 창당·분당설의 중심에 서면서 전임 대표들이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전 대표는 내년 초 신당 창당을 시사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전날(11일) MBN '뉴스7'에서 창당 시점과 관련한 질문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새해에 새로운 기대를 국민께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당 조건에 대해선 "국민이 정치에 대해 가진 절망을 공감, 이해하고 그것을 타개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 정치가 이렇게 절망적인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나가는 것은 도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당 도덕성·민주주의 타락을 비판해온 만큼 '이낙연 신당'은 비명(비이재명)계 주축의 '반명 연대'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당에는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계 모임 '원칙과상식'의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의 합류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직까지 현역 탈당은 이상민 의원이 유일하지만, 향후 비주류에 대한 '공천 학살'이 가시화할 경우 탈당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동반 탈당 규모가 10~20명만 돼도 사실상 분당 수순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당적을 내려놓고 검찰 수사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도 창당 의지가 강하다. '반명'이 아닌 '반윤' 비례대표 신당에 방점을 찍은 것이 이낙연 전 대표와의 차이다. 송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구에서는 경쟁력 있는 민주당 후보로 힘을 모아주고 비례 영역에서는 민주당 우당으로 가칭 '윤석열 퇴진당'에 힘을 모아주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달 초 자신의 북콘서트에서도 "민주당과 우당이 연대해 압도적으로 이기면 200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의 이러한 구상은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 득표율에 비해 적으면 모자란 의석을 비례대표로 보장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유지를 전제한 것이다. 다만 사실상 민주당 위성정당이나 다름없는 데다 사법리스크도 여전한 만큼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년 집권론'으로 논란이 됐던 이해찬 전 대표도 6일 세종시당 행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70석만 먹어도 최소 154석", "단독 과반을 넘기느냐, 지난 총선처럼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해 당내 빈축을 샀다. 앞서 지도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 이후 총선 낙승을 점치는 내부 발언이 잇따르자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좀처럼 입단속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전임 대표의 움직임이 당 리스크가 되면서 지도부 등 당내 불만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도부 관계자는 "전 대표로서 나름의 생각을 외부에 전달하는 건 할 수 있지만, 그만한 위상과 영향력도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해주셨으면 한다"며 "지도부는 '몇 석 이기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겸손한 자세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의지를 거둬야 한다"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대표를 지낸 분들, 당을 수십년 간 지켜온 원로급들은 거센 태풍에도 당이 뿌리째 뽑히지 않도록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누구보다도 당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분들이 총선을 어렵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