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있는 사람은 과정에 대한 설명이 길고, 일반 사람들은 결과를 궁금해한다. 심드렁하게 설명을 듣고선 ‘그래서 중국은 이제 끝났단 말이지!’라며 결론을 내린다. 그런 게 아니라고 해도 이미 모임 참석자들의 관심은 다른 주제로 옮겨갔다. 증시에서 어떤 주식이 속절없이 떨어지다가 하락을 멈추면 바닥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 주식이 당장 ‘브이(V)자’로 반등하지 않더라도 그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작년 이맘때 중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미국과의 대립이 염려되기는 했지만, 제로 코로나의 종료에 따른 ‘보복 소비’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었다. 그 기대는 올해 1분기부터 보기 좋게 깨졌다. 중국 경제 성장의 23%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의 침체가 그 원인이다. 남아도는 새 아파트, 썰렁한 신축 공항 등이 중국경제의 급성장을 신기루처럼 보이게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120 정도를 유지하던 중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최근에는 90에도 못 미친다. 그래도 중국 소비가 계속해서 이렇게 침체에 빠질 수는 없다. 충격에 대한 과도한 반응, 금년도 중국 소비는 아래쪽으로 오버슈팅(overshooting) 되었다. 중국인들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뉴노멀’로 받아드리면, 소비는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것이다.
첫째, 거시적 측면에서 중국은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약간 앞지른다. 향후 5년간 중국의 성장률은 4%대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소비(소매판매액)는 꾸준하게 5%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중국의 소비 규모는 여전히 인도,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의 소비를 전부 합친 것과 같은 수준이다.
둘째, 중국 소비자들은 꽤 많은 현금자산을 갖고 있다. 중국의 가계 저축액은 53조 위안, 14억 인구를 생각하면 1인당 3만 8000위안이다. 도시 중산층을 연 가계소득 16만 위안(3000만 원) 이상으로 규정하면 그 수는 2025년에는 2억 명, 2030년에는 2억 6000만 명으로 증가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면 중산층 이상에서의 소비가 늘기 시작할 것이다.
셋째, 소비증가는 여행, 외식업, 문화 등 서비스 부문에서부터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의 해외여행을 100이라고 한다면 금년 3월은 18%, 6월은 42% 그리고 9월은 54% 수준이었다. 아직 예년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내년쯤에는 정상화될 것 같다. 국내 여행은 이미 예년 수준을 넘어섰다.
넷째, 상품 소비에서는 업체별 부익부 빈익빈이 뚜렷해질 것이다. 맥킨지는 자체 조사에서 2023년 판매액이 10% 이상 증가한 기업이 26%, 반대로 10% 이상 감소한 기업이 12%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형 쇼핑 페스티벌인 광군제 기간의 판매액은 작년과 비교해 고작 2% 늘어났다. 그런데 라이브 스트리밍 업체는 20% 정도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그리고 인플루언서인 왕훙에 의한 판매보다는 브랜드 기반의 스트리밍이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에서 소비자들은 즉흥적으로 과시용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원래 계획한 유명 브랜드 제품을 낮은 가격에 구매하려는 패턴을 보였다. 내년엔 유명 브랜드의 저가 제품 또는 용량은 줄이고 가격은 낮춘 제품이 잘 팔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여전하고, 정부가 신뢰성 있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전반적인 거시경제 상황과 비교해 내년도 소비는 그 전망이 조금은 더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