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semiconductor alliance)'을 공식화한다. 양국 간 반도체 공급망 관련 협력을 한 단계 올려, 긴밀히 대응할 것이라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네덜란드에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동맹'이 명시된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도체 동맹'을 국가 간, 정상 간 서명에 명시하는 것은 한국 정부로서 처음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12일 암스테르담에 마련한 프레스센터에서 현지 브리핑을 통해 "한-네덜란드 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평시 각별한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며 "한-네덜란드 정상간 공동성명에 긴밀한 협의를 거쳐 '반도체 동맹'이라는 용어를 기입해 넣었다"고 전했다.
반도체 동맹 개념에 대해 대통령실은 "위기 발생 시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함께 집행하고 이행해나가는 동맹관계 추진"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반도체 동맹 구축은 동일 가치와 이념을 표방하는 가치 규범 공유국이라 가능하다"는 말과 함께 이번 반도체 동맹 공식화에 대해 "첨단 기술과 경제 안보 이익이 첨예하게 걸린 반도체에서도 신뢰를 갖고 심도 있는 협력을 추진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공동성명에 반도체 동맹을 포함하면서 양국은 안보 협력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협력 강화 목표와 의미, 방법 등을 구체화했다. 반도체 동맹에 걸맞은 제도적 틀을 구축하기 위한 '경제안보 대화체' 신설, 핵심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에 바탕한 '공급망 협의체' 구성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한-네덜란드 정상회담 이후 발표할 공동성명에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경제 안보·산업정책에 관한 다양한 양자 협의 채널 신설,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품목 공급 협력 관련 MOU 체결은 반도체 동맹 구축을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동맹 체결은 상호 보완적 구조를 지닌 양국의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더욱 긴밀히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11일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반도체 동맹을 함으로 해서 이전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우리가 (첨단 반도체) 장비를 조달하는 데 있어서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 전 '반도체 협력'을 '동맹 관계'로 격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네덜란드 국빈 방문 전인 10일 AFP 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반도체가 산업, 기술, 안보 측면에서 전략자산으로 부각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ASML 방문에 대해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관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네덜란드 국빈 방문 목표로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 구축"을 꼽은 바 있다. 김 차장은 7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네덜란드 교역·투자 관계의 핵심은 반도체 산업"이라며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외국 정상으로 처음,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클린룸'에 방문해 최신 극자외선(EUV) 장비 공정도 참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