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디플레이션 수출’ 덮친다…세계 경제 득일까 실일까

입력 2023-12-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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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품목 70%, 전년보다 단가 하락
강재 수출 가격 인하 폭 40%에 달해
서방국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 기대
현지 기업 실적 악화·무역 마찰 우려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크레인과 컨테이너가 보인다. 선전(중국)/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자국 재고품을 저가에 해외로 내다 팔면서 전 세계에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수출하고 있다. 각국은 헐값에 밀려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품이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최근 내놓은 11월 무역통계에서 수출 단가를 확인할 수 있는 17개 품목 가운데 12개 품목(약 71%)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다고 집계했다.

이 비율은 작년 9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5월부터는 70~80%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약한 내수 수요로 인해 쌓인 과잉 재고를 수출로 돌려 해외에서 저렴하게 팔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가장 많이 내려간 품목은 강재였다. 강재의 전년 동월 대비 가격 인하 폭은 40%에 달했다. 중국의 염가 수출은 아시아 지역의 강재 유통 단가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지난달 동아시아 지역의 열연코일 거래가격(운임 포함)은 3월 고점 대비 14%나 하락했다.

자동차 분야도 중국의 저가 수출품이 밀려들었다. 지난달 중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28% 증가했지만, 단가는 10% 하락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자국에서 팔리지 않는 내연기관차가 수출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해당 물량은 싼값에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저가 수출 공세가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생산 점유율이 높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이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 전략가는 “중국의 회복 가능성이 작아지고 국제 무역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전 세계로 수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수록 서방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상업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알버트 에드워드 애널리스트도 “중국의 디플레이션 문제는 서방 국가에 환영할만한 인플레이션 억제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이 현지 기업의 실적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은 강재와 자동차 생산에서 각각 50%, 3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니시하마 도루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시황 조정을 통해 자원국 경제와 자원 개발 관련 기업의 실적을 압박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문제는 또 다른 무역 마찰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중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돼 경쟁을 부당하게 저해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인도 역시 9월 이후 중국산 화학품, 패스너, 잠금장치 등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베트남 정부도 최근 중국산 수입 풍력발전 타워가 자국 제조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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