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장으로 촉발된 글로벌 생성형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최근 구글이 챗GPT4를 능가하는 AI 모델이라 주장한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발표한 데 이어 엑스(옛 트위터)가 AI 챗봇 ‘그록’을 출시하고 오픈AI가 이달 ‘GPT스토어’를 발표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오픈AI가 AI 개발 속도와 상업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샘 올트만의 승리로 내홍이 일단락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AI의 상업화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카카오 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까지 가세해 생성 AI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AI 모델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으나 생성 AI로 수익을 창출한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시장에서 생성 AI로 수익을 확보한 곳은 오픈 AI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 AI는 월 20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GPT4 등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GPT 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수익화에 초점을 두고 AI 패권을 차지하려는 빅테크 기업간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월 ‘GPT스토어’가 출시되면 올해 상반기 중에는 수익화를 두고 본격적으로 경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예측한다”며 “수익화의 관건은 결국 누가 유료 서비스를 더 많이 보급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구글이 GPT4 성능에 맞먹는 제미나이 프로를 무료로 제공한 이유도 생성 AI 경쟁에서 오픈AI에 빼앗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장의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이용자를 모아 AI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생성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생성형 AI 및 관련 기술 시장 규모는 160억 달러(약 21조560억 원)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73.3%로, 2027년에는 143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대규모 자본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빅테크에 맞서 AI 패권을 선점해야 하는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GPT스토어 출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GPT스토어는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처럼 개발자들이 오픈AI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GPT를 기반으로 개발한 다양한 챗봇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교수는 “오픈AI의 GPT스토어 출시는 국내 기업들이 종속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GPT스토어가 AI 생태계나 검색이나 ICT 전체의 생태계를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어 우리 기업들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편리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업무적으로 편리하게 쓰이거나 생성 AI의 데이터가 광범위하거나 이런 강점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한 네이버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의 강점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통합검색에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CUE):’를 적용해 정보검색부터 쇼핑, 예약 등 다양한 액션까지 대화형으로 한번에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PC 버전에서 제공 중이며 연내 모바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에 멀티모달 기능을 탑재한 버전을 조만간 출시한다. 여기에 네이버가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오픈하고 각 세종을 교두보로 미래 기술 수출 가속화에 나설 방침이다.
카카오의 AI 전략의 핵심은 마이크로 버티컬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에서 구현할 AI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넘어, 사람과 AI를 연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연내 국민 서비스인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AI 콘텐츠 봇’을 도입해 광고와 쇼핑 기능을 붙여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카카오는 오픈소스 기반 AI 기반(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AI 검색 비용을 낮춰 합리적인 AI를 내놓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