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날의 진동은 스위프트가 만들어 낼 파동의 일부에 불과하다. 스위프트는 지난 8개월 동안 이어진 60회의 공연으로 ‘10억 4000만 달러(1조 40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였다. 이는 역대 최다 매출을 기록한 팝스타 엘튼 존을 뛰어넘는 수치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는 “스위프트의 인기는 10년 이상 상승해왔지만, 올해의 경우 예술과 상업적 측면에서 핵융합과 같은 에너지를 분출했다”며 스위프트를 ‘2023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정상에 오른 뒤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위프트는 대중에게 가수 그 이상의 존재로 통한다. 타임지 역시 스위프트를 ‘이야기의 설계자이자 영웅, 주인공이자 내래이터’라고 칭하며 “올해 테일러 스위프트는 음악뿐 아니라 ‘현대의 거장’으로서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예술을 완성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장이 된 스위프트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스위프트는 가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해와 조롱, 멸시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깨부수는 과정에서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스위프트의 직업윤리가 ‘옳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인간적 의지에 압도돼 버린다. 그 과정을 담아낸 것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다.
칸예의 무례한 행동에 관객은 즉시 야유를 보냈지만, 스위프트는 당시 경황이 없어 야유가 자신을 향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뻐해야 할 순간에 잊지 못할 상처를 받은 스위프트는 이때 고작 17살이었다. 두 사람의 악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칸예는 2016년 자신의 앨범 수록곡에 스위프트를 성적으로 조롱하는 가사의 곡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수많은 관객 앞에서 부른다. 스위프트가 항의하니 조작된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해 스위프트를 ‘희생자 위치에 서고자 하는 사기꾼’으로 만들어버린다. 전 세계인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 스위프트는 1년 동안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잠적해버린다.
실제 스위프트 공연이 주로 열렸던 공연장 일대 호텔은 2억 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그의 공연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43억~57억 달러(약 5조6000억~7조4000억 원)가량 늘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스위프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스위프트의 음악은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스위프트의 음악과 세계를 다루는 강의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개설되고 있다.
“음악은 예술이다. 예술은 중요하고 희소하다. 중요하고 희소한 건 가치가 크다. 가치가 있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엘런 크루거 프리스턴대 교수가 남긴 말이다. 스위프트가 올해 벌어들인 ‘10억4000만 달러(1조 40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은 아직도 그녀가 얼마나 희소한 아티스트인지를 보여준다. 그녀를 대체할 수 있는 ‘음악 산업 그 자체인 아티스트’가 등장하지 않는 한 이미 정상에 오른 스위프트의 독주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티스트가 등장하더라도 대중은 음악을 넘어 삶의 다양한 부분에 파고든 스위프트를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