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트럼프 너무 겁내지 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폭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번번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압도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가 다시 ‘트럼프 포비아(Phobia·공포증)’에 휩싸였다.

워낙 자신의 대통령 재임 기간 온갖 좌충우돌로 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전과가 있으니 공포에 빠지는 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권위 있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트럼프가 내년 세계에 가장 큰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며 “그는 보복과 경제적 보호주의, 터무니없는 ‘딜(Deal·거래)’을 거침없이 추구할 것이다. 재선 전망이 전 세계 의회와 기업 이사회를 절망으로 가득 채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트럼프 포비아를 정리했다.

특히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많이 타격을 받을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시절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미국 의회와 정부, 심지어 트럼프 측근들도 이를 완강히 반대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는 이를 미끼로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올려받았다.

관세 폭탄을 맞을 것도 확실시된다. 트럼프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감정은 절대 호의적이지 않다. 트럼프는 1989년 일본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비판하면서 모든 제품에 최대 2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공공연하게 비슷한 시각을 내비쳤다. 내년 당선되면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등 동맹과도 무역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트럼프는 연임 실패와 대통령 시절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당선되면 자기의 어젠다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더 노련해지고 정교해지며 교활해질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그러나 뻔히 보이는 트럼프 리스크에 언제까지 겁에 질려 벌벌 떨 수는 없다. 포비아에 빠져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만약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건설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부정적인 면에만 함몰돼 긍정적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는 트럼프와 함께 협력해 무엇인가를 이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트럼프를 혹독하게 비판한 이코노미스트도 그의 외교 성과는 예상보다 좋았다는 이례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간의 평화협정 추진 등을 사례로 들었다. 비록 나중에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났지만,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면서 한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도 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 ‘빅딜’을 선호하며 자기를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협상의 기본은 주고받는 것이다. 트럼프와 과감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얻을 것은 얻는 것이 그를 비판하고 우려하는 것보다 더 생산적일 것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미리 단정 지을 필요도 없다.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으로 분열돼 있다. 현 대통령인 바이든 지지율이 현재 죽을 쑤고 있지만, 내년 대선 본게임에 들어가면 트럼프 반대 진영 결집으로 두 사람의 대결이 팽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서방 국가 입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마냥 좋을 수 있지만, 한국 입장에서 그러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에서 드러났듯이 외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강권하면서도 혜택 주기를 꺼리는 모습이나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무관심 등 바이든도 트럼프와 ‘도긴개긴’이다.

결론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됐든, 우리는 트럼프가 쓴 책 제목처럼 ‘거래의 기술’을 발휘하면 된다. baejh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