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속해서 줄어드는 은행 점포 수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위험 비중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은행 점포 폐쇄로 인해 중소기업 입장에선 은행자산 비중이 줄어들고 위험성이 높은 금융투자자산의 비중이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점포 수는 2020년 6600개에서 2021년 6234개, 2022년 5948개, 올해 9월 기준 5902개로 줄었다. 3년 새 전국에 약 700곳의 은행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은행 지점 수 감소로 나타나는 지점 접근성 하락은 중소기업의 레버리지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은행 지점 접근성 하락이 기업의 레버리지 및 투자 행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금융에 한정할 때 은행 지점 수 감소는 이들의 은행 지점 접근성, 나아가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은행 점포 폐쇄는 기업과 은행이 서로 대면하기 위해 소요되는 이동 비용을 상승시키고, 자연스럽게 대면 기회가 줄면서 금융거래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의 변화는 기업이 은행 차입보다 주식 등 다른 자본 조달 수단을 더 이용하도록 만들고, 이는 기업 레버리지 변화로 나타난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의 은행 지점 수가 1% 감소하면 당좌자산 비중은 약 0.06%포인트(p) 감소한다. 지점 수 감소율의 표준편차가 약 30%p이므로, 1표준편차 크기로 지점 수가 줄어들었을 때 기업의 당좌자산 비중은 1.8%p 감소하는 셈이다.
당좌자산은 현금이나 시간의 경과에 따라 현금화되는 자산으로, 보통 기업의 현금동원능력이나 지불능력의 바로미터가 된다. 당좌자산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현금동원능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금리 장기화, 경기 둔화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당좌자산 비중의 감소는 더한 위기가 나타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반면 은행 지점 수의 감소는 이런 기업들의 금융투자자산 비중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은행 지점 수가 1% 감소할 떄 금융투자자산 비중은 약 0.015%p 증가하게 된다. 지점 수 감소율의 표준편차를 고려하면 1표준편차 크기로 지점 수가 감소할 때 기업의 금융투자자산 비중은 0.45%p 증가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자산은 주식, 채권, 신탁 등 위험요소가 있는 자산을 말한다. 안전성을 가지고 있는 당좌자산과 달리 기업의 상황이 어려울 때 자칫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은행과 기업의 접근성의 문제는 최근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문제와도 결부시킬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산은의 부산 이전을 공약 사항으로 내세우고 서둘러 추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를 들어 야당을 비롯해 산은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산은과 거래하는 기업의 69.2%, 산은과 거래하는 상장사의 72%가 수도권에 있다. 야당에서도 이런 점을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점증하는 현실에서, 산은 부산 이전을 둘러싼 혼란과 업무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 생각해봤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최근 인구감소와 신기술 개발 등의 영향으로 지점 수를 줄이고 있는데 추세상 은행 지점 수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은행 지점 폐쇄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은행 대출 이외의 외부자금에 대한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영세한 중소기업이 많은 곳은 지점 축소로 인한 부채비율 하락이 바로 기업의 자금난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