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영국도 허리띠 졸라매…“지출 줄일 것”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고물가 기조로 인한 개인 소비 위축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에서는 연말 실질 소매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영국에서도 절약 기조와 쇼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독일소매업연맹이 최근 발표한 소매 동향 조사에 따르면 350여 개의 소매업체 가운데 최근 장사가 잘 안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60%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보다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장식품 등 중고 선물의 인기도 높아지는 등 절약 지향의 소비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독일소매업연맹은 11~12월 연말 홀리데이 시즌 소매 매출을 1200억 유로(약 171조1032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명목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수치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계산에서는 5.5% 감소한 수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불안 직격탄을 맞았던 작년보다 더 큰 폭 하락할 전망이다.
또 다른 유럽 주요 국가인 프랑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조사기관 앙스티튜 CSA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올해 크리스마스 예산은 평균 549유로(약 78만 원)로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옷, 신발, 장신구 등의 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24%로 가장 많았다. 경기 침체가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56%로 과반을 기록했다.
영국인들도 크리스마스 시즌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컨설팅 업체 PwC가 올가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30%가 작년보다 성탄절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지출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대학 관련 일을 하는 30대 여성 루비 쿡은 “돈을 아끼기 위해 자선 가게 등을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매 업체들은 한정된 수요를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의 저가 슈퍼마켓 알디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영국에서 판매하는 크리스마스트리 가격을 16.99파운드(2만8000원)로 책정했다. 이에 영국 최대 업체인 테스코는 같은 크기의 트리 가격을 30파운드에서 15파운드로 대폭 인하했다.
유럽의 연말 홀리데이 매출 둔화로 4분기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미국 S&P글로벌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의 12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을 기록했다. 호황과 불황을 가르는 경계선인 50을 7개월 연속 밑돈 셈이다. 유로존은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영국에서도 장기적인 생활비 상승이 소비자의 구매력을 억누르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유로존 실질 성장률이 내년 1%대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임금 인상 확대에 따른 개인 소비 회복을 전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