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장 매각한 현대차…계열사 ‘탈 러시아’ 고민 커진다

입력 2023-12-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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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9일 공시 통해 러시아 공장 매각 밝혀
현대차그룹, 계열사 포함 러시아에 13개 법인 운영
현대차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 후 계열사 손실↑
계열사, “철수 여부 미결정…다양한 방안 검토 중”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공장(HMMR)을 매각하며 현지에 함께 진출한 계열사들이 ‘탈(脫) 러시아’ 행렬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현대차가 러시아 사업 재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계열사들은 러시아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생산을 중단한 HMMR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된 HMMR 지분의 장부상 가치는 2783억 원에 달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단 1만 루블(약 14만3800원)에 매각했다. HMMR 준공(2010년) 기준으로 13년 만의 사업 철수 결정이다.

다만 현대차는 매각한 지분을 옵션 행사를 통해 재매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바이백 옵션(콜옵션)을 매각 조건에 포함해 러시아 사업 재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옵션의 행사 가능 기간은 2년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맏형’ 격인 현대차가 가장 먼저 러시아 사업에서 철수하며 현지 생산을 위해 함께 진출한 계열사들의 철수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 진출 기업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현대차그룹은 러시아(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무역관 기준)에 현지 법인 13곳을 운영 중이다. HMMR을 매각한 현대차 러시아 법인 외에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러시아에 진출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현대차는 해외 생산 시설을 만들 때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주요 계열사와 함께 현지에 진출한다. 러시아의 경우 2010년 준공된 HMMR과 같은 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모듈공장을 설립한 현대모비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현지 생산을 위해 다양한 계열사가 함께 러시아에 진출한 만큼 현대차의 사업 철수로 계열사들 역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HMMR이 가동을 중단한 이후 계열사 현지 법인의 실적도 크게 악화했다. 현대모비스(Mobis Module CIS)는 최근 사업연도(2022년) 기준 360억 원, 현대위아(Hyundai Wia Rus)는 1896억 원에 이르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마저도 러시아 사업에서 손을 뗀 상황에 계열사들이 철수 결정을 미룰수록 손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현대차가 HMMR 재매입 가능성을 남겨두며 계열사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현대차가 러시아 사업에 다시 진출한다면 계열사들도 현지 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섣불리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계열사들도 당장 ‘탈 러시아’에 동참하기보다는 여러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차의 러시아공장 매각 결정에 따라 당사도 현지 공장 매각을 검토했으나 현시점 매수 희망 업체가 없는 상황으로 현재 운영 방안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앞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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