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둔화→소비심리 위축→ 기업 이윤 축소 악순환 우려
중상류층조차 소비↓ㆍ저축↑…글로벌 브랜드 ‘비상’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상품과 서비스들이 늘고 있다.
‘인민의 간식’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6년 된 스낵 브랜드 링시허망은 최근 슈퍼마켓보다 저렴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며 현 4000개 매장을 2025년까지 1만개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최대 스낵 브랜드인 베스토어는 11월 300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22%, 최대 45%까지 인하하며 사상 최대폭의 할인으로 반격했다.
중국 고급 훠궈 레스토랑 기업인 하이디라오는 9월 말에 통상 70위안에 판매되는 소고기 요리를 28위안에 제공하는 저가 브랜드인 하이라오 훠궈 매장 두 곳을 개점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핫맥스는 매장을 현재 250개에서 향후 3년 내 5000개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게 기업들의 가격 인하, 할인점 및 저가 라인 확대 등은 임금과 일자리 증가율을 둔화시키고, 더 나아가 소비자의 소비 욕구를 위축시켜 기업의 이윤 감소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 이후 속도를 내려는 회복세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마케팅 대행사 ‘차이나 스키니’의 설립자 마크 태너는 “소비자들의 가성비 추구 추세가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수년간의 가격 상승세를 되돌리고 있다”면서 “실제 할인과 저렴한 제품 출시로 인해 건강보조식품, 유제품, 스킨케어, 화장품 등 여러 제품 카테고리의 평균 판매 가격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국가 주도의 재정ㆍ금융 지원에 힘입어 올해 경제가 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임금이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이러한 성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1980년대 형성된 부동산 거품이 무너지기 시작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이 겪었던 극심한 장기침체 기간인 ‘잃어버린 10년’이 중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ㆍ선전ㆍ항저우 등 중국 상위 5개 도시의 대학 졸업자 2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 결과 중상류층조차 한결같이 비필수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거나 연기하며 저축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강했고, 추가 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는 생각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의 중국 가계 저축액은 13조8000억 위안(약 2511조 원)으로 전년 동기비에 비해 8.5%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요즘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공략 대상인 고소득 전문직마저 지출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스타벅스ㆍ애플ㆍ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