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적·개인성향 MZ세대 이해못해
신구세대 갈등 아닌 공생 기억하길
직장 내 세대갈등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다 보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있다. 신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직장 소속감이 약하고,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보상에 민감하며, 조직 성장보다는 자기발전을 앞세울 뿐만 아니라, 회식이나 야근을 불필요한 관행으로 받아들인다 등의 신세대 특징을 열거하노라면, 그건 세대 차이라기보다 직급 효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천방지축이었다가 직급이 올라가면서 동서남북도 가리게 되고 일머리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직장문화에 적응 동화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물론 이 주장이 100% 틀린 건 아니지만, 100% 옳은 지적도 아니다. 70년대생 X세대나 90년대생 Z세대보다 80년대생 Y세대가 매사에 까칠하고 불만족 수준이 높다거나, 기존 임원들이 신임 임원들을 보면서 ‘요즘 임원은 예전 부장처럼 일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직급 효과와 세대 효과가 상호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한 것 같다.
비슷한 맥락에서 연령 효과와 세대 효과 또한 두부 모 자르듯 확연히 분리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연령 효과라 함은 개인이 한 해 두 해 나이 들어가면서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지나감에 따라 신체적 노화가 진행되고 가치관이나 태도 면에서도 일련의 변화를 겪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연령 효과에 따른 변화 징후로는 전반적으로 보수화 경향을 보이며,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권위적 성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아집에 종종 빠지는 것을 들 수 있다.
반면 세대 효과는 어떠한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서 동일한 생물학적 연령대를 지나왔느냐에 따라, 코호트(cohort·동년배 집단) 별로 독특하고 차별화된 세대 정서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
생애주기 연구자들 주장에 따르면 생물학적 연령 중 20대 초반의 경험이 개인의 세대 정서 구성에 가장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유인즉, 20대 초반은 인생 2대 과업이라 할 구직 활동 및 배우자 선택과 관련해서 중요한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인 만큼, 자신의 인생을 향한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386운동권 세대’는 연령 효과와 세대 효과의 흥미로운 조합을 보여준다. 386운동권 세대는 1980년대 대학을 다닌 60년대생으로서, 대한민국 민주화의 선봉에 섰다는 자긍심과 군사독재를 뚫고 민주화를 쟁취해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덕분에 현재 50대 및 60대에 진입한 이들의 사회정치적 가치관을 보면 그 어느 연령대보다 좌파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
실제로 사회통합 및 세대갈등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86세대만의 독특한 정서가 다수 감지된다. 일례로 경제적 이슈나 부동산 문제, 저출산이나 노후부양 등에 대한 태도는 대체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통적 보수적 성향을 보이고, 연령이 낮아질수록 근대적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 그 결과 세대 효과는 연령 효과에 묻혀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북한 및 미국을 향한 지지도에 있어 친북 반미 정서는 386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무조건 통일해야 한다는 열망 역시 386세대의 지지도가 가장 높다. 20대 초반 시절 운동권 좌파가 주도했던 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상이 너무도 강렬했던 나머지, 40대 50대를 지나 60대 문턱에 들어선 지금도 다른 세대에 비해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386운동권 세대 입장에서 지금의 MZ세대를 보면, 이해불가능한 측면이 많을 것 같다.
20대 30대 젊음의 열정과 열기로 분기탱천해야 할 시기에, 민족을 향한 충정보다 개인의 주머니 사정을 더 신경 쓰고, 반중(反中) 반북(反北) 정서가 상대적으로 강한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오히려 공정성 침해로 보기도 하는 이들을 보면 ‘개념도 없고 의식도 없는 이기적 존재’로 보이지 않겠는가.
한데 세대 개념의 묘미는 누구든 신세대에서 기성세대로 이행해간다는 엄연한 사실과 더불어, 각 세대별 경험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 나와 다른 세대를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는 데 있음을 기억할 일이다. 386세대 가치관에 시대를 초월하는 도덕적 우월성을 부여하고, 다른 세대를 향해 역사적 채무의식을 강요함은 그 자체로 시대착오적 퇴행의 징표이다. 세대는 갈등과 갈라침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과 공생, 공명과 공감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