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2022년 크리스마스는 우울했다. 코로나 쇼크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무렵, 많은 경제학자는 “내년(2023년)에 극심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은 곧바로 곳간을 걸어 잠그고 인수ㆍ합병(M&A)을 외면했으며 긴축을 준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암울한 과학에서 시작한 암울한 1년’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과학적 통계와 분석에 근거했던 2023년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022년 4분기, 많은 미국 경제학자들은 “2023년에 극심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이 내다본 2023년의 경기 전망은 최근 55년 사이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올 한 해 마른 수건을 쥐어짠 미국은 3% 성장세를 일궈냈다. 외국계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끌어냈고, 고금리를 유지해 인플레이션을 막았다. 그렇게 얻어낸 3%대 경제성장률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다양한 분석과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전망치는 때때로 이렇게 빗나간다. 특히 부동산 분야에서 빗나간 전망은 속속 이어진다.
2010년대 들어 미국 경제학자들은 "대도시 주변에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미국이 더 부유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카고대학의 중국계 미국인 경제학자 ‘창 타이 셰이(Chang-Tai Hsieh)’ 교수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엔리코 머레티(Enrico Moretti) 교수는 연구를 통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ㆍ산호세 등에 건축규제를 완화하고 더 많은 주택이 들어서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3.7%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싱턴대학의 브라이언 그리니(Brian Greaney) 교수는 해당 논문의 오류를 수정한 뒤 “실제 추정 효과는 GDP 0.02% 증가에 불과하다”라고 증명해냈다.
이처럼 앞을 내다본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실제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속속 나온다. "경험적 연구와 현실주의를 선호하는 경제 이론이 너무 앞서나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문제가 제기된 갖가지 연구와 전망은 현대 자본주의의 상태에 대해 많은 비관론을 불러일으켰다"라면서도 "2023년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빗나갔음에도 그들은 더 힘을 내야한다"고 비평했다.
이어 “모든 지적 연구와 학습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기존 연구를 검토하고 오류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 작업”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