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 상권에서 ‘안테나 숍’ 역할 할 전망
“엄마 물은 안 사?”, “물은 인터넷(온라인)으로 시키고 저기 신기한 데 가보자!”
28일 정식 개장한 ‘그랑 그로서리 1호점 은평점’을 찾은 한 모자의 대화다. 두 사람의 발길 따라가니 ‘샐러드존’과 수경재배 중인 ‘스마트팜’이 있었다. 비닐봉지에 가지런하게 담긴 채소가 아닌, 뿌리째 준비된 채소들은 저마다의 초록빛으로 신선함을 뽐냈다. 고객들은 ‘이걸 어떻게 가져가나’ 고민하는 것도 잠시, 이내 옆에 마련된 종이봉투에 채소를 담기 바빴다. 반면 앞서 접한 여성 고객처럼 카트에 무거운 생수나 휴지, 대형 생필품 등 담은 고객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온ㆍ오프라인 유통채널이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는 ‘신선한 먹거리’를 내세워, 쿠팡 등 이커머스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점포 중 마지막으로 재개장한 롯데마트 은평점은 고객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식료품 대형 매장, 그랑 그로서리로 새로 태어났다. 매장의 90%가 넘는 공간이 식품, 델리 코너로 꾸며졌다.
점포 개점 시간을 조금 넘긴 10시 10분. 매장에 들어서자, 롯데마트 직영 베이커리 ‘풍미소’에서 갓 구워낸 빵 향기에 홀린 듯 발길이 자동으로 이끌려 갔다. 총 44m 길이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롱 델리 로드’의 시작이었다. 바쁜 직장인이라면 마트 초입에 있는 샐러드존과 베이커리에서 쇼핑을 마치고 바로 매장을 빠져나갈 수 있는 영리한 동선 배치가 아닐 수 없었다.
이어 롯데마트 은평점 리뉴얼의 핵심인 뷔페 바(Bar) ‘요리하다 키친’가 보였다. 이곳은 프랜차이즈 ‘판다 익스프레스’처럼 도시락 판매 시스템을 닮았다. 고객이 도시락 사이즈를 선택하고 원하는 요리를 선택하면, 롯데마트가 도시락 구성이 나온다. 여기에 추가금을 내면 밥과 면을 추가할 수 있어 훌륭한 한끼가 완성됐다.
박준범 롯데마트 은평점 점장은 “요리하다 키친은 계절마다 제철 음식을 선보여 고객들이 어떤 델리 식품을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안테나 숍’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마트는 고객 반응을 반영해 인기 상품을 선별하고 이를 전국 점포로 확대할 방침이다.
요리하다 키친 옆에는 ‘요리하다 스시’가 고객을 맞았다. 기존 대형마트처럼 냉장고에서 준비된 스시 팩을 고를 수도 있지만, 고객이 직접 키오스크 기기에 원하는 횟감의 부위, 중량을 입력하면 즉석에서 금방 뜬 회를 살 수 있다. 노량진 횟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롱 델리로드 끝에 이르자, 롯데마트 그랑 그로서리가 자랑하는 ‘드라이 에이징(Dry Aging)’ 전용 숙성고가 한 눈에 들어왔다. 드라이 에이징 숙성고는 대형마트 최초로 도입됐다. 이곳 역시 요리하다 스시 코너처럼 고객이 원하는 고기 부위를 고르면, 용도에 맞게 즉석에서 고기를 잘라 손질해준다. 롯데마트 그랑 그로서리가 추구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의 대표 코너인 셈이다.
고기를 사러 온 70대 여성 고객은 “인터넷으로 요리 재료들을 많이들 사는 시대가 됐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보고 사는 게 최선”이라며 돼지고기를 꼼꼼히 살폈다. 은평뉴타운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김미선씨도 “아이가 문화센터 수업 전에 들리면 딱 좋은 곳”이라며 “먹거리 위주로 리뉴얼 된 마트라서 너무 좋다”고 흡족해 했다.
롯데마트 은평점은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과 바로 연결된 입지가 최대 강점이다. 또 3040세대와 60대 이상의 연령대 고객층이 인근에게 많이 거주하고 있어 고객층도 두텁다. 롯데마트 측이 리뉴얼 사전 조사 때도 타 점포보다 가공식품 매출이 높게 나왔다. 그랑 그로서리로 변화를 하기에 제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반 생필품은 도대체 눈에 띄지 않았다. 롱 델리 로드가 끝나는 길목에서야 생필품 코너가 보였다. 그랑 그로서리에 매장의 9할을 내주고 남은 10%의 작은 공간에 롤 휴지, 생리대, 각종 부엌용품, 콘센트 등이 매대에 놓여있었다. 바로 옆 주류 코너가 생필품 코너보다 크다고 생각될 정도로 비중이 미미했다.
박 점장은 “롯데마트 은평점 전체 영업면적 3300㎡(약 1000평) 중 10%라, 생필품 구색이 적은 것은 맞다”면서도 “마트 바로 위에 롯데몰이 바로 위에 있어, 고객들이 필수 생활용품은 같은 건물 안에서 구매하실 수 있기에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