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치매 10% 차지…치료와 금주 프로그램 병행해야 효과
<게재 순서>
술 마시고 필름 끊긴다?…‘알코올성 치매’ [알코올 질환 주의보①]
술 먹은 후 복부 통증?…‘급성 췌장염’ 의심 [알코올 질환 주의보②]
“침묵의 장기 간(肝)은 괴롭다”…‘알코올 간질환’ [알코올 질환 주의보③]
과음에 사타구니 통증…‘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주의 [알코올 질환 주의보④]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질환을 말한다. 치매의 50~60%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신경 퇴행성 치매이지만,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알코올성 치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알코올성 치매는 65세 미만의 젊은 치매 환자의 약 10%를 차지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음주 습관을 교정함으로써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알코올성 치매는 알코올 과다 섭취로 인해 우리 뇌가 반복적인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한다. 알코올은 단기적으로는 기억과 판단을 포함한 사고과정을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교란시키고 신경염증을 초래하며, 장기적으로 과다 노출될 경우 신경세포의 사멸과 뇌 위축을 초래한다. 알코올에 의한 뇌 손상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을 변화시키는 것 외에도 소뇌 및 뇌간의 뇌 손상으로 인해 떨림, 보행 시 비틀거림, 안구운동장애 등의 증상도 유발할 수 있다.
흔히 ‘필름이 끊긴다’라고 표현하는 블랙아웃(black-out) 현상은 알코올성 치매의 주요 위험 신호다. 블랙아웃이란 음주 중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임재성 교수는 “블랙아웃 현상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켜 치매에 이르게 된다”라며 “블랙아웃 현상을 자주 경험한다면 본인의 음주 습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알코올성 치매의 또 다른 증상은 성격 변화다. 뇌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알코올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가 일반적인 치매와 달리 비교적 초기부터 충동적 또는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것은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술만 마시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폭력성을 보인다면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임재성 교수는 “알코올성 치매가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즉시 술을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미 뇌 위축이 진행되어 비가역적인 상태가 오기 전에 치료와 금주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알코올성 치매가 발병할 확률이 높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스스로 술을 끊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주변 사람들이 의료기관의 금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과음과 폭음을 피하고 평소 올바른 음주 습관을 갖는 것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