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포트, “ETF 승인 안될 것” 리포트 내놨다가 철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를 두고 가상자산 업계가 시끄럽다. 승인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한 싱가포르계 기업 매트릭스포트의 리포트를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다. 매트릭스포트는 입장을 철회했지만, 연일 고점을 갱신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횡보 중이다.
4일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1시 4만3000달러대를 횡보하고 있다. 3일 오후까지만 하더라도 4만5000달러를 찍고 상승세를 이어가던 비트코인은 오후 9시 10분 4만813달러까지 급락했다.
논란의 시작은 싱가포르계 가상자산 서비스 업체 매트릭스포트가 SEC가 모든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리포트였다. 매트릭스포트는 “모든 기업들의 현물 ETF 신청이 SEC가 승인하기 전에 충족해야 하는 요구 사항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매트릭스포트 측은 “결과를 결정하는 현재 SEC 위원 5명이 민주당 위원이며, 게리 겐슬러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누구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낮다”면서 “정치적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승인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매트릭스포트는 “2분기에는 승인될 수 있겠지만 1월에는 모든 신청이 기각될 것”이라며 “SEC가 ETF를 부인하더라도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상반기 4만2000달러보다는 여전히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비트코인 채굴 반감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매트릭스포트는 투자 상품 및 기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자산 플랫폼이다. 북경대를 졸업한 창업자 우지 한은 2017년 세계 최대 가상자산 채굴 기업 비트메인을 창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리포트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리포트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X(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승인 외에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면서 “리포트의 내용에 출처가 있는지 단지 추측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현물 ETF를 신청한 갤럭시디지털 연구책임자인 알렉스 트론(Alex thorn)는 리포트를 두고 “어리둥절하고 말도 안 된다”면서 보고서가 제시한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ETF 발행인은 진지하고 노련하며, 시장 인프라는 상당히 성숙했고, 당국은 이에 무게를 두었다”고 강조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매트릭스포트 평판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이번 리포트는 SEC가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을 가정한 시나리오 수준이다. 이 내용만으로 SEC가 승인을 안 할 것이다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매트릭스포트 측은 리포트 주장을 철회했다. 리포트를 작성한 애널리스트 마르쿠스 틸렌(Markus Thielen)은 “내 보고서는 발행자나 SEC 내부 의견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 분명히 이것은 기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매트릭스포트가 시세 조종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보고서를 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측이 앞서 1일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같은 요인’에 의해 5만 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우지 한 매트릭스포트 대표는 “우리 보고서가 1조 달러 규모의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해명했다. 시장에서도 리포트 하나만으로 비트코인 가격 급락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은 “비트코인 가격 급락의 원인이 온전히 매트릭스포트 리포트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최근 가상자산 선물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펀딩피(funding fee)를 지속적으로 기록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과열 양상에 있었고, 또한 달러 인덱스 반등, 기술주들의 하락 등 매크로 영역에서 발생한 자산 가격 하락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은 SEC가 10일 이내에 결정을 내릴 거라 보고 있다. 폭스비즈니스는 2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될 뉴욕 증권 거래소, 나스닥, 시카고 등 주요 거래소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SEC가 이르면 다음주부터 거래가 시작되면서 현지시간으로 5일부터 발행자에게 통지를 시작할 전망이며, ETF 발행 관계자들은 10일 또는 그 이전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