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침체로 미분양 적체가 심화하면서 시행·시공사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적체율이 증가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분양 마케팅이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 혜택을 기본값으로 두고, 백화점 상품권과 환매 조건부 분양 등을 동원해 수요자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분양 마케팅을 다변화하며 적극적으로 미분양 소진에 나서고 있다.
먼저 인천 서구 원당동에 공급된 '제일풍경채 검단Ⅳ(4차)'는 이달 6일까지 선착순 계약자(발코니 확장비 10% 입금 시)를 대상으로 50만 원 상당의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앞서 견본주택 개관 당시에는 추첨을 통해 삼성 85인치 UHD TV, LG 스타일러, LG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등을 나흘 동안 지급하는 이벤트도 실시했다. 여기에 계약금 500만 원 정액제, 중도금 후불제도 시행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강동역 SK리더스 뷰'는 잔여 물량에 대한 환매조건부 분양을 진행 중이다. 이는 입주 시점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을 경우 사업 주체에게 되파는 것이 가능한 '환급' 분양 방식이다. 분양 당시 지적된 고분양가를 상쇄하고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계약금 1000만 원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최고 2800만 원의 계약 축하금 혜택도 제공됐다.
또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도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기본으로, 잔여가구 동·호 지정 계약자들에게 선착순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는 올해 이러한 '출혈 마케팅'이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분양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급증한 데다, 지난해 후분양으로 공급된 단지가 늘면서 덩달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1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은 1만465가구로, 전월(1만224가구) 대비 2.4%(241가구) 증가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나 시공사로선 무리한 비용을 지출해서라도 일단 미분양 물량을 파는 게 우선이다. 분양까지 한 판국에 사업을 접을 순 없기 때문"이라며 "작년 분양시장이 소강된 상태에서 후분양이 많이 풀렸고, 분양가가 높거나 입지가 열악한 곳들이 미분양 되면서 '악성' 물량 적체가 심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싼 마케팅 비용도 공급 주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럴 바엔 공급을 연기하거나 방식을 바꾸자는 사업자가 늘면서 공급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미분양 물량 증가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앞다퉈 나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이달 '미분양물량전망지수'를 보면, 전월보다 20.2p 상승한 115.7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106)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어선 데다, 같은 해 3월(116.9)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