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벗어나 가전·메타버스·로봇 서비스 가능성
골드만삭스 “버티컬AI 분야 M&A 큰 장 설 것”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대폭 확장된 비즈니스 생태계를 제시하면서 국내 인공지능(AI) 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가 사실상 초거대 AI 시장을 선점하면서 빅테크와의 차별화를 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AI 기업들이 산업 도메인(분야)에 맞는 특화형(버티컬) 모델로 차별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미 통신사 등 일부 기업들은 자신이 속한 산업군에 특화된 AI를 개발해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SK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AI를 적용한 아이폰 통화녹음, 통역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빅테크가 선점한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는 대신 가볍지만, 보안성을 높인 가성비 모델을 구축하는 차별화 흐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강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AI융합기획단장은 “최근 가벼운 LLM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올해에는 소형대규모언어모델(sLLM)를 활용해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기업들의 비즈니스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AI 기업인 업스테이지는 지난달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활용하기 좋도록 작은 크기로 구성된 사전학습 sLLM ‘솔라(Solar)’를 공개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솔라는 최근 20억 달러(약 2조6320억 원)의 기업 가치로 유니콘에 오른 미스트랄AI의 최신 모델 믹스트랄(Mixtral 8x7B) 모델보다 더 가벼운 크기에도 벤치마크 평가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박찬준 업스테이지 LLM 테크리더는 “AI 시장이 도메인, 더 나아가 유스케이스 특화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은 LLM이 기업들의 현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지, 신뢰할 수 있는지 검증단계이지만, 기업들은 좋은 LLM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할 것이고, 도입방식은 범용 모델이 아닌 해당 산업 도메인에 특화된 모델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직 웹이나 모바일 앱 상에서 머물러있던 LLM이 올해부터는 웹을 벗어나 가전제품, 메타버스, 로봇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서비스들이 AI 시장의 한 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올해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이 특정 산업 도메인에 맞춰진 기술력을 갖춘 강소 AI 기술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인수·합병(M&A)의 슈퍼사이클이 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버티컬 AI 서비스 기업 중 시장 적합성이 검증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M&A가 일어날 것”이라면서 “또한 기업들이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서비스로 ‘리플랫폼’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M&A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AI 사용 사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설계에서부터 소프트웨어, 개인정보시스템까지 많은 것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나 법체계가 아직 불확실성이 커서 이러한 M&A 슈퍼사이클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