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형 RPG, 그간 주목받지 못하던 장르였으나 흥행 성공
넷마블 등 최근 대형 게임사들도 뛰어들고 있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가 장악하는 국내 게임업계에 신흥 강자가 등장했다. 바로 중국 조이넷게임즈가 출시한 방치형 RPG ‘버섯커키우기’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장시간 노동에 지친 국내 게임 이용자들이 착한 비즈니스모델(BM)에 짧게 즐길 수 있는 방치형 게임에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출시된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 게임에 대한 피로감도 방치형 게임이 주목받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모바일게임 순위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버섯커키우기는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위, 애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다.
버섯커키우기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 라이징,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니케 등 국내외 대형게임사의 대작 게임을 밀어내고 양대 마켓에서 1,2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방치형 RPG는 마니아층이 두터우나 주로 중소규모 게임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장르였다. 버섯커키우기의 흥행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 불황 여파로 지갑이 얇아진 데다 장시간 노동과 학업으로 인해 여가시간이 충분치 않은 직장인과 학생들이 방치형 장르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소규모의 과금으로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방치형RPG가 바쁜 직장인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하드코어 MMORPG와 달리 혼자서도 쉽고 빠르게 캐릭터가 성장하는 재미를 체감할 수 있어 라이트 유저들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착한 과금 체계도 버섯커키우기의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MMORPG의 경우 최상위 소수 유저로부터 과금을 유인하는 BM이지만 버섯커키우기는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1000원부터 시작하는 등 비교적 착한 BM으로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덧붙였다.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MMORPG와 달리 방치형 RPG는 적은 개발 비용과 시간 등 적은 자원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최근 대형 게임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넷마블이 가장 대표적이다. 넷마블은 전 세계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자사 인기 지식재산권(IP) 세븐나이츠를 활용한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출시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지난 10월 말 기준 4000만 달러(약 55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컴투스홀딩스도 17일 방치형 RPG ‘소울 스트라이크’ 출시를 앞두고 막판 담금질에 한창이다. 차세대 키우기 게임을 정조준한 소울 스트라이크는 2024년 방치형 키우기 게임의 흥행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위메이드 자회사인 위메이드커넥트는 방치형 게임 ‘팔라딘 키우기’를 올해 2분기 출시하고 웹젠도 방치형 RPG ‘어웨이큰 레전드: Idle RPG’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게임사들이 선보이던 영역에 도전한 넷마블의 행보가 많은 게임사에 귀감이 됐다”며 “대형 게임사들도 방치형 RPG에 주목하는 만큼 올해는 방치형 게임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