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레테 2세 여왕, 신년 연설에서 퇴위 의사 밝혀
52년 동안 왕좌를 지켜 온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퇴위하면서 그의 맏아들 프레데릭 10세가 왕위에 올랐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오후 2시경 수도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안보르궁에서 퇴위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후 그는 “국왕께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는 말을 남기고 곧바로 궁을 떠났다.
약 한 시간 후 프레데릭 10세와 함께 궁전 발코니에 등장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그를 국왕으로 선포했다. 덴마크에서는 1849년 헌법 제정 이후 대관식이 중단됐기 때문에 프레데릭 10세의 대관식은 별도로 진행되지 않았다.
프레데릭 10세는 “나의 희망이자 평생을 바쳐 온 과제는 내일의 통합의 왕이 되는 것”이라며 “자부심과 존경심, 기쁜 마음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도중 눈물을 여러 번 닦기도 했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그간 자신이 사망할 때까지 왕위에 머무르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그런 그가 올해 신년 연설에서 퇴위 계획을 깜짝 선언하면서 약 900년 만에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난 덴마크 군주로 기록됐다. 블룸버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스페인과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젊은 후계자에게 왕위를 물려줬다”면서 “유럽 전역의 왕실에서 세대교체에 대한 접근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55세인 프레데릭 10세는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왕세자였다. 스포츠와 록 음악을 즐기는 그는 기후 위기, 여성 인권 등에도 큰 관심을 보여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아 왔다. 그의 부인인 메리 왕비는 호주 출신으로, 덴마크어를 익히는 등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 덴마크 국민의 신임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