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 3명 사망 등 인명피해 잇따라
28만 가구 정전ㆍ공항 폐쇄 등 차질
유럽도 고통…도로 폐쇄ㆍ폭설에 고립
미국과 유럽 등 북반구 주요 지역에 겨울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난방에 필요한 천연가스 단가는 9일 만에 약 32% 급등했다. 한파의 정점을 가늠할 수 없는 만큼, 에너지 비용이 더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ㆍ미국 기상청(NWS) 등에 따르면 북극 고기압이 미국 서북부에 이어 중동부까지 한파를 몰아갔다. NWS는 미국 전역 약 9500만 명을 대상으로 전날 자정 한파 경보와 주의보를 발령했다. 한파 경보와 주의보는 체감온도가 영하 17도 아래로 떨어질 때 나온다.
NWS는 “몬태나주와 노스ㆍ사우스다코타주에 거센 눈 폭풍이 몰아치면서 체감온도가 최대 영하 56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강추위가 몰아닥칠 것”이라며 “위험한 추위가 며칠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예보했다.
CNN은 “미국 인구의 75% 이상이 앞으로 7일 동안 유례없는 기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처음 열리는 아이오와주에도 한파와 폭설, 강풍 등이 동시에 몰아치면서 일부 유세일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오리건주에서 추위와 관련해 3명이 숨졌다.
동부는 눈 폭풍이 거세다. 뉴욕주 버펄로시에는 최대 60㎝ 적설량이 예보됨에 따라 시 당국은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러 있기를 당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요 공항이 폐쇄됐거나 지연 또는 결항 운항하고 있다. 버펄로 국제공항을 드나드는 항공편의 절반 이상이 취소됐고, 시카고와 덴버ㆍ시애틀 공항도 운항 차질을 겪고 있다.
이상 한파에 따른 피해는 유럽도 마찬가지. AP통신에 따르면 2일 핀란드와 스웨덴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곤두박질쳐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노르웨이와 프랑스는 고속도로 일부가 폐쇄됐고, 독일에서는 폭설에 따른 도로폐쇄로 학생들이 귀가하지 못하고 학교에 고립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례적인 강추위로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6개 지역에 한파경보를 발령했다. 이달 초 모스크바는 최저기온 31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과 캐나다ㆍ북유럽에 겨울 폭풍이 들이닥치면서 겨울 난방수요도 치솟았다. 천연가스를 비롯해 전력망까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텍사스주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추위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민들에게 전력 사용 경계령을 내렸다.
전력사용이 급증하면서 가스비를 포함한 난방비도 폭증했다. 뉴욕상업거래소 통계를 보면 국제천연가스 거래기준인 100만Btu(열량단위)당 단가는 지난해 연말(12월 29일) 2.51달러였다. 난방 수요가 급증한 12일에는 3.31달러까지 올랐다. 단 9거래일 만에 31.8%까지 폭증한 것이다. 지난해 평균단가는 1.68달러에 불과했다.
비용도 문제지만 한파와 폭설 탓에 천연가스 공급 자체가 가로막힐 수 있다. 극심한 한파로 인해 자칫 인명피해마저도 우려된다.
로이터통신은 “앞으로 며칠 동안 미국 태평양 북서부에서 미국 중부ㆍ동부까지 겨울 폭풍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가발전기를 갖춘 소유주들은 정전사태가 발생하기 전, 미리 발전기 연료를 준비하는 등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