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 통합 ‘막전막후’…‘왕자의 난’ 발발 가능성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4-01-15 16:33수정 2024-01-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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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재계 관심이 한 곳으로 쏠렸습니다. 글로벌 소재·에너지 전문 기업 OCI그룹과 신약 개발 전문 기업 한미약품그룹이 통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인데요.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12일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각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체결했다고 이날 공시했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는 7703억 원을 들여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포함해 총 27.0%를 취득했는데요. 임주현 전략기획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 지분 10.4%를 취득하기로 했죠.

OCI홀딩스는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합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실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되죠.

쉽게 말해 이번 통합으로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가 되고, 한미사이언스 측 주요 주주들은 OCI홀딩스의 1대 주주가 됩니다. 이들 기업의 통합은 국내 산업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계 순위 38위(2023년 자산 기준)인 OCI와 한국 5대 제약사로 손꼽히는 한미약품이 어느 한쪽이 다른 기업을 흡수하는 인수합병(M&A) 방식이 아니라 대등한 기업 결합에 합의했기 때문이죠. 양사는 그룹 통합을 통해 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입니다.

눈길을 끄는 요소는 또 있습니다. 한 그룹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건데요. 통합 결정에서 소외된 또 다른 대주주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경영권 내홍이 예고된 상황입니다.

▲(사진제공=OCI홀딩스, 한미사이언스)
OCI·한미 통합 배경은?…상속세부터 친분 등 추측 많아

두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이 완결되면, 실질적으로 이들 그룹은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됩니다. 향후 사업조정 등을 거치면서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군을 기반으로 상생 공동경영을 펼치게 되는데요. 양사는 동반 상생 공동경영 원칙과 합의를 토대로, 단계적인 사업 통합 모델 작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한미약품은 통합으로 신약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약품은 30여 개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R&D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13%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신약 개발도 통합으로 인해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는데요. 특히 OCI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죠.

그러나 이번 통합의 가장 큰 고리로 작용한 건 상속세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가 2020년 사망하면서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55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담하게 됐습니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320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거래에 참여하기로 한 새마을금고가 부실 논란으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을 겪으며 투자를 철회한 겁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경영 쇄신을 위해 삼성전자 출신인 배경태 부회장 등을 영입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R&D 인사들이 대폭 물갈이됐고 결국 배 회장이 물러나는 등 부침이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송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금융권에서 조달한 1160억 원 규모의 주식담보 대출 만기는 연달아 돌아왔습니다. 당장 지난해 12월 농협은행과 교보증권 등에서 받은 대출 300억 원의 만기가 도래했죠.

한미약품 측은 이번 통합을 통해 주식 대신 취득한 현물을 상속세 납부 등에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창업주 일가 간 인연이 통합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송 회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모친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은 각각 예술재단을 운영하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연합뉴스)
임종윤 사장 “고지받은 적 없어” vs 한미약품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아냐”

그러나 한미약품 내부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임 창업주와 송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이번 통합과 관련해 “어떤 고지나 정보·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고 밝히면서인데요.

임종윤 사장은 13일 자신의 회사인 코리그룹 X(옛 트위터)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9.9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한미약품의 사내이사이자 미래전략 총괄 사장을 맡고 있죠.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의 최대 주주이자, 2007년 홍콩에 설립한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도 이끌고 있습니다.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도 그와 비슷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미약품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미약품은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 있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독자 결정임을 강조한 건데요. 한미약품 내부 상황인 만큼, OCI그룹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전하진 않았습니다.

임종윤 사장은 사실상 한미약품 경영권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 창업주가 별세한 2020년이 기점으로 거론되는데요.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은 그해 9월 처음으로 한미사이언스 등기임원으로 합류했습니다. 송 회장은 2021년 3월 한미사이언스 회장에 오르며 임종윤 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고, 임종윤 사장은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죠.

대신 경영권을 거머쥔 건 임주현 사장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임주현 사장은 올해 경영전략실장으로 임명됐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죠. 이번 OCI그룹과의 통합 역시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모녀가 지난해 10~11월부터 추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통합과 동시에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에서 각자대표를 맡아 사실상 한미약품그룹을 승계하게 됩니다.

▲(연합뉴스)
경영권 분쟁 나설 가능성도…‘캐스팅 보트’ 있다?

임종윤 사장이 공개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만큼,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X를 통해 밝힌 것처럼 임종윤 사장은 이사회 결의 과정의 적법성을 따져본 뒤 임시이사회 소집 요구나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인데요. 다만 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사내 이사가 아니기에, 적법하게 이뤄진 이사회의 지분 교환 결의에 제동을 거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분쟁을 마음먹는다면 시나리오는 ‘지분 대결’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동생 임종훈 사장과의 연대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오너 일가 이외의 인물이 ‘키맨’으로 활약할 수도 있습니다. 임 창업주의 절친한 고향 후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죠.

11일 기준 송 회장의 지분은 11.66%, 여기에 임주현 사장의 지분 10.20%를 합치면 21.86%입니다. 우호 지분인 가현문화재단(4.90%), 임성기 재단(3.0%)을 더하면 29.76%인데, 친인척의 특수관계 지분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임종윤·종훈 형제의 지분을 합치면 20.47%인데요. 여기에 신 회장의 지분을 더하면 31.99%죠.

통합이 완료된다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를 챙기며 최대 주주가 되고, 신 회장(11.12%), 임종윤 사장(11.10%), 임종훈 사장(6.59%) 순으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역시 신 회장과 임종훈 사장을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28.81%로 지분 경쟁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에 관건은 임종훈 사장과 신 회장의 조력 여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종훈 사장은 아직 한미약품 통합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신 회장은 한미약품 경영권에 그간 관심을 보여오지 않은 탓에 임종윤 사장에 힘을 보탤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한미사이언스 지분 7.38%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공단도 최근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지분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움직일 방향에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반면 임종윤 사장이 실제 경영권 분쟁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가 지주사 경영에서 배제된 지 오래됐으며, 현재 개인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임종윤 사장이 이끄는 코리그룹은 바이오 헬스케어 연구개발 및 신사업 인큐베이션 전문기업으로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미국 등에도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죠.

한미약품 측은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로서 이번 통합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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