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 토론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메가 클러스터는 평택, 화성, 용인, 판교 등 경기 남부에 밀집한 반도체 기업과 기관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정부는 지난해 큰 그림을 그렸고, 어제 이를 구체화했다.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는 2047년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민간 주도로 총 622조 원이 투입된다. 현재 가동 중인 19개 생산 팹과 2개 연구 팹에 더해 16개 팹이 새로 들어선다. 정부 청사진대로라면 2030년이면 우리 메가 클러스터는 글로벌 반도체 중추기지로 뿌리를 내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월 770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하게 될 전망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지원을 강화해 현재 30% 수준인 공급망 자립률도 50%까지 끌어올린다.
정부는 650조 원 생산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양질의 일자리 364만 개도 창출된다. 윤 대통령은 “당장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158조 원이 투자되고 직간접 일자리 95만 개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 만료되는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도 앞으로 계속해나갈 방침이라고도 했다.
반도체는 국가 핵심 전략자산이다. 미국이 칩스법(반도체 및 과학법)으로 삼성전자, TSMC 등의 생산 공장을 자국 내로 불러들이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마모토 현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에 수조 원의 보조금을 주는 일본 사례도 돌아볼 일이다. 중국이 TSMC 본사가 있는 대만을 두고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이유에도 반도체 노림수가 깔려 있다.
한국 간판 기업들은 다행히 메모리반도체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성이 큰 비메모리 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가 그렇다. 파운드리 경쟁력은 기술(초미세화 공정)과 캐파(생산능력)가 좌우한다. 삼성전자는 2022년 세계에서 처음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양산을 시작했고, TSMC와 2나노 경쟁을 하고 있다. TSMC는 1987년 설립됐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출범시켰다. 30년의 업력차를 무리없이 따라잡는 것이 일차적 과제다. 생산능력 강화도 발등의 불이다.
TSMC는 자국은 물론 해외 생산기지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국내외 거점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투자 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대만 정부는 TSMC의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 증설 지원을 다방면으로 지원한다. 대조적으로, 우리 기업은 발목이 잡히기 일쑤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착공이 용수 취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1년 넘게 지연되기도 했다. 메가 클러스터는 달라야 한다. 전력·용수부터 차질 없도록 총력 지원을 해야 한다.
메가 클러스터는 우리 국력·국운을 창공으로 띄우는 힘찬 날개가 될 수 있다. 각종 지원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반도체 굴기’를 향한 세계 주요국의 창끝이 날카롭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응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