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5G(5세대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활용할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오는 25일 28㎓ 주파수 경매를 진행한다. 경매에서 할당대가로 가장 큰 액수를 써낸 회사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9일 8㎓ 대역 주파수할당을 신청한 3개 법인(세종텔레콤주식회사, (가칭)주식회사스테이지엑스, (가칭)주식회사마이모바일)에게 주파수할당 신청 ‘적격’ 통보를 했다. 할당을 신청한 3개 법인 모두 국가자원인 주파수를 할당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업자 선정에 대한 부실 심사 우려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기간통신사업 진입규제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되면서 주파수 할당 적격 심사 기준에서 재정 능력에 관한 심사가 빠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이동통신 정책 방향 전문가 좌담회’에서도 28㎓ 신규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이미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총 7회에 걸쳐 제4이통 정책을 추진했으나, 모두 신청기업들의 자격 미달로 선정에 실패했는데, 당시 허가심사 탈락의 주요 원인이 자금조달 계획의 실현 가능성 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할당 신청기업 중 세종텔레콤은 2015년 이미 한번 탈락했던 기업이며, 나머지 2개사는 신설법인으로 컨소시엄 주관사나 투자자 측면에서 상당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4이통으로 선정될 사업자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파수 할당 이후 일정 시점까지 지분 매각을 금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3%는 상법에서 대주주로 간주하는 기준이다.
세종텔레콤을 제외하고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은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장을 낸 상태다. 스테이지엑스는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 마이모바일은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라쿠텐심포니, 보다폰 등 해외 자본 유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좌담회 좌장을 맡은 이경원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정부가) 알뜰폰을 통해서 서비스 요금에 대한 인하를 추진해왔는데, 28㎓ 신규 사업자 등장이 추가적인 통신 요금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면서 “신규 사업자 입장에서는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요금을 높여야 한다면, 정책적 효과는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는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검토가 필요한 것은 신규 사업자 지원정책과 알뜰폰 지원 정책이 상충하지 않고 동시에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주파수 할당 조건 등에 있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제도적 안정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정상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제4이통사 시장 안착 실패는 이용자의 피해, 투자 매몰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므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재정·기술적 능력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2019년 법 개정으로 정부가 재정 능력에 대한 별도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칫 향후 부실한 재정 능력을 가진 특정 기업이나 부실기업 지원했다는 특혜시비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매일정을 일정 기간 연기하고, 실효성 있는 재정 능력 검증을 위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경매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마재욱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사업자 선정 이후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잘 안착할 것인가, 시장의 새로운 메기 역할을 하는 등에서 사후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중요해졌다”면서 “경매 일정을 연기한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재일 의원은 “당초 기대했던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신청하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계획한 파격적인 재정투입이 혈세 낭비로 그치지 않으려면 신청한 사업자들의 수익성, 재무건전성 등 재정 능력과 설비투자 의지까지 꼼꼼히 따져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