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이사 “정책 변경 서두를 필요 없다”
MSCI 신흥시장지수 올 들어 4.4% 내려
국채 금리 상승·달러화 강세 등 미국시장도 ‘출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새해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연준이 기대만큼 큰 폭으로 신속하게 기준금리를 인하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이에 신흥국 증시가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악의 새해 첫 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MSCI 신흥시장지수는 이날 1.7% 떨어져 작년 8월 2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4.4% 낙폭을 기록해 2016년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 시장을 들뜨게 했던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후퇴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함께 신흥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연준 위원들은 최근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며 이를 경계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날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발언이 악재로 작용했다. 그는 “정책 궤도의 수정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서두를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달간의 데이터는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월러 이사는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분류되지만, 최근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부채질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작년 11월 말 연설에서 “현 통화정책이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는 데 적절하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는데 이날 다시 매파로 돌아간 셈이다.
시장에서는 점차 연준이 기대했던 것처럼 3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아예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제기됐다.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영국 환율 전략가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동결을 유지하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시나리오의 의미를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준의 금리 기대치가 재조정되면서 이날 미국 시장도 출렁였다.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2bp(1bp=0.01%포인트) 올라 4% 선을 돌파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0.62% 하락 마감했다.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각각 0.37%, 0.19% 밀렸다.
달러화 가치는 한 달 새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ICE달러인덱스는 0.73% 오른 103.38을 기록했다. 또 장중 한때 지난달 13일 이후 최고치인 103.42까지 치솟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