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 통치ㆍ경제 불안 탓 해외 이주
일본, 해외 영주권 취득자 57만 명 사상 최대
저임금ㆍ남녀차별에 사회적 불만↑
고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하는 중국ㆍ일본인이 급증하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는 경제적 이유를 비롯해 정치적 이념ㆍ사회적 차별 등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서려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에서 해외로 터전을 옮기는 이민자(영주권자 포함)가 늘어나고 있다.
먼저 중국의 경우 2010~2019년 사이 중국의 순이민자 수는 연평균 19만1000명이었지만, 이후 그 규모는 연평균 약 31만 명으로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유엔 인구조사통계국의 발표를 근거로 “2020~2023년 중국 이민자 규모는 총 110만 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영주권 대신 일반 거주 비자를 활용해 해외에 머무는 사람을 포함하면 실제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통계를 크게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강압적 통치와 규제의 확대 등이 이른바 ‘엑소더스 차이나(중국 대탈출)’를 부추겼다”며 “제로 코로나 규제와 주택가격을 하락시킨 부동산 정책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미ㆍ중 무역분쟁도 배경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중국산을 철저하게 배척했다. 중국 사업가들은 수출이 쉽고 인건비가 싼 캄보디아, 멀리는 멕시코까지 사업장을 이전하고 있다.
특히 태국 정부가 2022년 ‘장기거주 비자’를 도입하면서 중국인들이 대거 태국으로 몰려갔다. 블룸버그는 “많은 중국인이 태국으로 몰려가면서 현지인들이 소유해온 상권을 거머쥐고 있고, 베트남에서는 중국 이주자들이 농촌을 산업화하고 있다”라며 “좀 더 부유한 중국인들은 일본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들은 해변에 자리한 고급빌라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은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외무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10월 기준) 해외 영주권을 획득한 일본인 규모가 전년 대비 3% 증가한 57만472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시민권이 아닌 영주권자를 추려낸 통계인 만큼, 중국의 이민자 통계와 맞비교는 어렵다. 다만 사회적 흐름은 유사한 셈이다. 영주권자 수는 최근 20년간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본인 영주권자는 북미가 48.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유럽(16.9%), 호주를 포함한 오세아니아(13.6%) 지역이 그 뒤를 이었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사회보장개혁이나 남녀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일본에서 살기에 불안감이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호주 멜버른대학의 조사를 보면 해외 이주 일본인의 90% 이상이 ‘장기적인 경제 불안’을 이주의 배경으로 꼽았다. 나아가 국외 영주권을 지닌 일본인 가운데 62%는 여성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남녀차별도 이들의 해외 이주를 부추겼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일본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인 로셀 컵 대표는 닛케이에 “일본의 저임금 제도는 외국 노동자의 유입을 어렵게 만든다”라며 “반대로 일본인이 해외에 거주하며 일할 때 받는 이익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