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1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러 간 정찰위성 관련 기술 협력을 시사하는 서류가 포착됐다.
이날 최 외무상이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를 촬영한 AP통신 등 외신 사진을 보면, 북측 수행원이 소지한 서류 표지가 찍혔다.
이를 확대해보면 서류 상단에는 ‘우주기술분야 참관대상목록’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제목 아래에는 ‘우주로케트연구소 <<쁘로그레스>>’, ‘ 워로네쥬 기계공장’ 등 참관 기관으로 추정되는 시설의 명칭들이 보인다.
‘쁘로그레쓰’는 무인 우주선과 소유즈 로켓을 생산하는 러시아 로스코스모스 산하의 국영기업인 ‘프로그레스 로켓 우주 센터’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표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겸 우주 로켓인 소유즈 시리즈와 무인 우주선 프로그레스 등의 개발에 관여했다고 돼 있다.
‘워로네쥬 기계공장’은 모스크바 남부 ‘보로네시 기계공장’으로 추측되는데, 이곳도 로켓 엔진과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국영기업으로 액체 추진 로켓 제작에 특화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최선희가 이곳을 방문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들 서류는 북러 간 우주 분야 협력이 주요 의제임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크렘린궁은 17일 푸틴 대통령이 최선희와 만나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부 글자가 명확히 식별되지 않았으나 서류에선 ‘우주광학생산센터’로 추정되는 시설 명칭도 포착됐다. 북한이 쏘아 올린 정찰위성 카메라의 해상도는 극히 낮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향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최 외무상의 방러 길에는 북한의 무기 개발 총책인 조춘룡 당 중앙위 군수공업부장도 동행했다. 참관 목록들이 북한이 필요로 하는 미사일이나 위성 관련 기술 협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