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자금세탁 및 범죄 악용되고 있다” 비판
국내서도 USDT 이용 160억 환치기 일당 검거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가 영향력을 넓혀가는 가운데, UN 등 국제 사회를 중심으로 자금 세탁 및 각종 범죄 악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USDT를 통해 환치기한 일당이 붙잡히는 등 악용 우려가 나온다.
USDT는 미국 달러와 가치가 일대일로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가격 변동성이 없어 투자 자산으로 여겨지기보다는 주로 송금과 결제 수단으로 사용된다.
더블록에 따르면 USDT는 2023년 전세계 스테이블 코인 공급 점유율의 71%를 차지했다. 전년에는 50% 차지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19일 기준 USDT 공급량은 994억1000만 개로, 전체 1395억5900만 개의 71%에 달한다. 이는 과테말라, 불가리아 등 국가의 GDP보다 큰 규모이다.
커져가는 영향력만큼, 악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간 국제 사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범죄 이용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2022년을 전후로 많은 범죄 자금을 위해 스테이블 코인이 사용됐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자금에 이용된 가상자산의 60%가량은 스테이블 코인이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25%에 불과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스캠, 제재 대상 관련 거래 등의 범죄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인다”며, “이는 전반적인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UN은 1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USDT가 자금 세탁과 사기 범죄의 주요 결제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에만 9월 170억7000만 USDT가 불법 환전 및 범죄 자금에 사용됐다.
테더 측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테더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해 모든 거래를 추적할 수 있어 불법 활동을 위한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며 “최근 3억 달러(약 4009억 원) 이상의 불법 자금을 동결하고, 2차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체이널리시스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내에서도 ‘환치기’ 등 금융 범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관세청은 지난달 5일 USDT를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로 160억 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일당을 검거한 바 있다. 현재 USDT는 빗썸과 코인원, 포블 등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 중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이상 거래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보고받고 있다”면서도 ”USDT의 이상 거래 발생 건 및 이상 거래 보고 건수 등은 민감한 금융 정보인 특성상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USDT 특성상 자금세탁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의심 거래라고 판단하는 것만으로 거래 자체를 막을 수는 없고, 의심 거래 보고서에 (자금 출처나 자금 이동에 대한) 인터뷰나 증거를 기록한다. 다만 한번 거래가 발생하고 두 번째 발생할 때 막는 시스템을 갖추거나 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USDT는 2021년 이후 매 분기 준비금 보유 내역을 보고서 통해 밝히고, 안정성 이슈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테더는 발행량 보다 32억 달러 더 많은 준비금을 갖고 있고, 725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일각에서는 USDT의 안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스테이블 코인 안정성 평가에서 USDT에게 두번째로 낮은 점수인 4점을 부여했다. 1점일수록 안정성이 높고, 5점일수록 안정성이 약하다. 경쟁자인 또 다른 스테이블 코인 USDC가 2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S&P는 “테더는 미국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다른 스테이블코인 발행 업체와 달리 영국 버진 아일랜드에 등록되어 있어 권위 있는 기관의 규제 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며 평가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