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본전' 부담…변수에 따라 불출마 등 여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 계양을 출마 의지를 내비치면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명룡대전'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낙선할 경우 치명상이 불가피한 만큼,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할 이 대표의 발목이 한 지역구에 묶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출입기자단과의 비공개 차담회에서 현 지역구인 계양을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에 그대로 나가지 어딜 가느냐"며 "통상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생각해달라"고 했다. 불출마부터 지역구 변경, 병립형비례대표제 회귀를 전제한 비례대표 출마설에 에둘러 선을 그은 셈이다.
아직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결정할 선거제 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당 선거 전략·정국 변화 등 변수에 따른 이 대표의 불출마 가능성이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총선까지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이 대표와 원 전 장관과의 빅매치가 유력하다. 원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계양을 출마를 밝혔다. 이번 선거는 국민께서 대한민국 정치를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고 있고 인천 시민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선거전에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경우 적극적인 전국 유세 지원은 어려울 전망이다. 당의 전통적 텃밭인 계양을에서 자칫 낙선한다면 차기 대권가도는 물론 향후 정치 행보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년 전 재보궐선거에서도 이 대표는 윤형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득표율 10%포인트 가량 이겼지만, 정치적 체급에 비해 적은 격차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이 접전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고, 여당 지도부가 수시로 계양을 찾아 대야 공세를 펼쳤던 만큼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 대표가 오랫동안 지역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격인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의 맞상대가 원 전 장관으로 바뀌면 국민적 관심이 계양을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안방에서 '적장' 신분으로 상대를 맞아야 하는 이 대표로선 사실상 '이겨도 본전'인 승부라는 것이 큰 부담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불출마든 비례대표든 뭘 해도 '도망간다'는 소리를 들으니 출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는 이겨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만약 진다면 상대 체급을 크게 올려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정치생명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초기 여론조사부터 이 대표가 원 전 장관을 압도적으로 앞선다면 정부여당의 대형 악재, 민주당의 호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원 전 장관의 출마가 국민이나 계양을 위한 출마가 아니라 자신의 대선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도라는 걸 국민이 모를 리 없다"며 "격차가 압도적이면 정권심판 여론이 매우 높은 것으로 해석돼 전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은 전체 그림과 전략이 중요하다"며 "대표의 거취도 과반 의석 확보에 가장 유리한 형태로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