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가 띄운 ‘조건부 구속제도’…법조계 “형평성 제고 고민해야”

입력 2024-01-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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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20년 넘게 논의만 이어온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와 관련해 법원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보완장치를 함께 마련해 피의자들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취임 이후 ‘조건부 구속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조 대법원장은 2일 시무식에서도 “조건부 구속 제도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구속영장 발부율은 82% → 82% → 81.4%로 소폭 감소하는 추세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 필요성이 부각되며 떠오른 것이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다.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발부 또는 기각을 선택한다.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는 여기에 조건부 구속이 추가되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에 주거 제한, 위치 추적장치 부착 등 조건을 붙이고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조건부 구속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영장전담판사 출신인 허경호 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는 “조건부 구속제도를 반대하는 이들은 ‘피의자의 도주우려’를 주장하는데, 이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며 “구속영장 단계까지 간 피의자들은 숨어서 사는 게 한계가 있고, 도주했다가 향후 재판에서 불리한 요소로 참작된다”고 지적했다.

‘라임 환매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2022년 자신의 재판 직전 도주했다가 붙잡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허 변호사는 “이처럼 간혹 도주하는 사례가 있지만 일부 때문에 조건부 구속제도를 도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역시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 자체에는 찬성했다. 다만, 도주 우려와 관련해 “1심에서 실형이 나오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1심 실형이 예상되는 사건은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 단계에서는 제3의 방법을 먼저 만들고, 이후 법원에서 고쳐나가야 한다”며 “그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불구속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이투데이DB)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 등 수감돼야 할 주요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해 석방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불안해진다”며 “영장기각이 곧 인권보장이고, 영장을 발부하더라도 풀어주는 게 인권보장이라는 잘못된 개념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사전 정비 작업은 충분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인권보호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으니 원치 않겠지만 그래도 무조건적인 인신 구속은 벗어나야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소위 가진 사람들만 혜택을 보지 않게끔 현행 시스템 안에서 제도를 도입하고 보완해 나가는 식으로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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