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근 신라젠 R&D 부문장 “안정적 현금 유동성 확보, 지속적인 R&D 경영체계 구축”
한때 코스닥 시가 총액 2위를 기록할 만큼 바이오 신드롬을 불러온 신라젠. 2020년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폐지 위기를 겪은 신라젠은 2022년 10월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상장 유지’를 결정받고 체질 개선에 나서며 R&D 전문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신라젠 본사에서 만난 박상근 신라젠 R&D 부문장(전무)은 “현재 신라젠의 파이프라인 모두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 유동성 확보를 통해 지속적인 R&D 경영 체제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근 부문장은 미국 존슨앤드존슨에서 15년간 근무한 후, 악텔리온 코리아 대표를 맡았던 제약 전문경영인이자 신약 개발 및 상업화 계획 분야 전문가로 항암제 분야에 집중해왔다. 2022년 신라젠에 합류해 R&D를 총괄하고 있다.
신라젠은 2016년 코스닥 상장 당시 기술평가에서 항암치료제’ 펙사벡‘이 높은 평가를 받아 한때 코스닥 시가 총액 2위까지 오르며 바이오 신드롬을 선도했다. 펙사벡은 신라젠이 독자적으로 보유한 백시니아 바이러스 기반의 항암제 개발 플랫폼 ’SOLVE 플랫폼‘이 적용된 물질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중간 평가에서 펙사벡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며 임상 중단의 아픔을 겪었다.
박 부문장은 “병용 요법으로 쓰였던 약물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기도 했고, 두 개의 유효약물만 비교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지도 않았다. 시험 약물 이외의 치료제를 투여 받으며 제대로 된 약물 검증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현재 펙사벡은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와의 병용요법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1b/2a상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신라젠은 관련 학회 등에서 추가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치료반응 및 환자들의 생존과의 관련성 분석을 위한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라젠은 올해 기술수출에 집중한다. 박상근 부문장은 “리제네론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빅파마에서의 관심도도 높다”며 “연구역량이 충분하고 항암제라는 한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크게 노력을 분산하지 않고도 R&D를 진행할 수 있다. 적절한 가치를 받고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최근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생존의 갈림길에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신라젠은 다르다고 박 부문장은 강조했다.
그는 “어느 정도 선택의 시간에 왔다고 생각한다. 연구역량이 있고, 임상을 제대로 진행할 회사를 가리는 시기에 도달했다. 전체 바이오 업계의 질적인 측면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며 “신라젠은 글로벌 임상을 포함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기존에 가진 항암 역량도 꾸준히 키우고 있다.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신라젠은 인수합병(M&A)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박 부문장은 “신라젠이 주도하는 M&A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신라젠이 가진 항암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급속도로 성장할 분야인 비만과 퇴행성 신경질환 등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관련 학계 등에서는 과거의 신라젠이 아니라는 점이 충분히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자나 대중들에게는 회사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박 부문장은 “경영진도 모두 바뀌었고, 추가적인 연구 결과에 대해선 투명하게 공개해 주주들이 직접 회사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직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일회성에 그치는 성공만 존재했다. 지속해서 성공 스토리를 만든 기업이 없다. 신라젠이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신라젠의 미래 목표는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개발 과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임상 과정에 있는 파이프라인들이 적재적소에 최고의 가치를 낼 수 있도록 R&D 헤드로서 준비해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