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3만8900달러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이는 이달 11일 최고치인 4만9000달러와 비교했을 때 무려 20.6% 떨어진 가격입니다. 22일 4만 달러 선이 붕괴하더니, 이날 일시적으로 3만9000달러까지 무너진 거죠.
비트코인의 최근 하락세에 대해서는 예상됐던 일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비트코인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을 부른 바 있는데요. 현물 ETF 출범으로 비트코인 시장에 막대한 투자자금이 신규 유입되며 가격도 크게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한편, 오히려 비트코인 매도를 촉발하면서 가격 하락의 주범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겁니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20%가량 떨어지면서 결국 단기적으로는 독이 된 모양샙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2만5000~2만7000달러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지난달 4만 달러를 넘어선 건 현물 ETF가 승인될 거라는 기대에 힘입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시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 시장에 대규모 투자 자금이 새롭게 흘러들어올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간 코인에 대한 불신, 거래소의 시세조작 리스크 등으로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걸 꾸린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건데요.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올해에만 500억~1000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일 것으로 봤습니다. 또 비트코인 가격은 2025년까지 20만 달러(2억6210만 원)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죠.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시장 영향력이 과장돼,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미 비트코인은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고, 대규모 투자 자금 유입도 확신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죠. JP모건체이스(JP모건)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에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와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가상자산 시장 밖의 자금이 아닌, 비트코인 선물 ETF나 채굴업체 주식 등 이미 시장에 투자된 자금이 현물 ETF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라는 투자업계의 오랜 격언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막상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후엔 비트코인 가격이 되레 하락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던 건데요. 전문가들은 갑론을박을 벌이면서도 현물 ETF 출시 여부를 가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발표를 기다렸죠.
그리고 지난달 10일 SEC는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비트코인은 4만8922달러까지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의 쾌재를 불렀는데요. 시간이 지나자 하락 전환하더니, 10일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는 우선 차익 실현 욕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달 현물 ETF 승인이 나고 거래가 시작된 만큼, 이 소식과 관련한 호재가 사라지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온다는 거죠.
암호화폐 거래소인 큐브 익스체인지의 바르토슈 리핀스키 최고경영자(CEO)는 “ETF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다소 사그라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집중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TF 승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실망 매물’이 나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엔 첫 3거래일간 8억7100만 달러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2021년 10월 SEC가 최초로 승인한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선물 ETF 첫 2거래일간 실적(10억 달러)에 부족한 흥행 성적입니다.
자금 유출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곳도 있습니다. 미국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비트코인 ETF(GBTC)인데요. GBTC에서는 11일 상장 이후 8거래일 동안 36억8400만 달러의 매도가 쏟아졌습니다.
앞서 SEC는 그레이스케일을 포함해 총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승인했습니다.
신규 상장된 다른 ETF와는 달리 그레이스케일은 기관 투자자들을 대신해 비트코인을 매입하던 신탁 상품을 판매해오다가 이번에 현물 ETF로 전환했습니다. 규모가 대단한데요.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펀드는 ETF로 전환 상장하기 전 기준 총자산 규모가 무려 29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사장을 승인한 배경도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이 그레이스케일이 제기한 재판에서 비트코인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GBTC는 ETF 전환 전에는 신탁형 상품이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됐는데요. 현물 ETF로 전환되면서 할인율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전에 사들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가격보다 현저히 낮아 물량을 대거 쏟아내는 건데요. 매도도 더 용이해졌습니다. 그레이스케일의 신탁 펀드는 미국 증권법에 따라 6개월 의무보유 기간을 거쳐 장외 거래소에서만 환매가 가능했습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GBTC 투자자는 ETF 전환 이후 해당 펀드의 순자산가치대비 할인율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ETF 전환 이후 재료가 소멸했다고 판단해 매도에 나선 것”이라며 “기존 신탁펀드와 달리 ETF의 특성상 매도가 용이하단 점도 차익실현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습니다.
여기에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도 보유하고 있던 GBTC를 대량 매도하면서 압력에 힘을 더했습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FTX는 현물 ETF 승인 후 보유하고 있던 GBTC 2228만 주(10억 달러 상당)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망은 분분합니다. 우선 올해 연말까지 2만 달러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는데요. 23일 CNBC에 따르면 도이체방크가 미국, 유럽, 영국의 개인 투자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비트코인 가격 전망을 2만 달러 아래로 제시한 응답자는 약 35%로 가장 많았습니다.
2만~4만 달러를 제시한 응답자가 약 10%, 4만~7만5000달러가 약 15%, 7만5000달러 이상은 10% 미만으로 집계됐죠.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주요 암호화폐가 향후 2년 안에 완전히 붕괴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JP모건은 “앞으로 최대 100억 달러가 더 유출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 의견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죠.
가상자산 전문지 더블록은 비트코인 가격이 4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추가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더블록은 조사기관 비트파이넥스 분석을 인용해 “시장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며 “단기 투자자들의 동요는 추가 시세 하락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전했는데요. 비트파이넥스는 비트코인 시세가 3만8000달러 안팎에서 다음 지지선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단기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시세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반면, 이달 비트코인 매도세가 추가 상승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암호화폐 시장에 호재가 남아 있다며 가격 반등을 점치는 목소리도 이어지죠.
비트코인은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4월께 시작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방 압력이 높아지는 데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르면 5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실로 비트코인은 2012년 반감기 때 약 100배가, 2020년 반감기 때 약 7배 가격이 오른 바 있습니다. 또 시장에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 상품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에 대한 기대도 호재로 여겨집니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즉각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과거 반감기마다 가격이 상승해온 점과 다양한 현물 ETF 출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가상자산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의 케이티 스톡턴 창립자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최근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하락했다고 해서 중장기적으로 좋은 투자처가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라며 “그간 비트코인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이번 매도세는 가격 차트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죠. 그는 “이번 하락이 엄청난 공황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된다”며 “약세 반전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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