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매물 소진에 5년 이상 걸려
건자재 저가 수출에 각국 견제도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의 주택 재고 면적은 2023년 말 기준 500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구당 면적을 100㎡로 두고 3명이 거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5000만 가구, 1억5000만 명분의 재고가 남아돌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605.21k㎡)의 8배가 넘는 규모다.
중국에서는 2020년 규제 강화로 건설 러시는 중단됐지만,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분양 면적은 940㎢로 정점을 찍었던 2021년 1560㎢ 대비 40%나 급감했다. 다급해진 대형 아파트 개발업체들이 재고 부동산을 염가에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과잉 공급과 판매 부진이 맞물리면서 매물 재고가 소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60개월을 넘어섰다.
과거 투기 과열에 따른 부동산 회사에 대한 불신, 투기로 인한 수요 선점, 인구 감소 등이 이러한 현상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택 1차 취득층인 30대 인구는 2020년 2억2000만 명에서 2035년 1억6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1인당 주택 면적이 40㎡로 선진국 수준에 오른 만큼 과거처럼 주택 면적을 넓히기 위한 부동산 매입 열풍도 사라졌다.
이러한 주택시장 불황은 중국 지방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지방정부의 주 수입원인 국유 토지사용권의 매각이 감소하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 산하 인프라 투자회사인 ‘융자평대(LGFV)’의 부채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융자평대의 부채 팽창이 부동산 시장을 넘어 금융 리스크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의 주택 과잉 문제는 국제 상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이 과거의 건자재 ‘싹쓸이 매입’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남아도는 자재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강한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주택 투자는 2022년 봄 이후로 전년 대비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요 부자재인 철근과 구리 선물 가격은 주택 투자와 연동되기 쉽다.
각국은 벌써 중국의 잉여 건자재 헐값 수출을 경계하고 나섰다. 멕시코는 최근 철강과 관련 제품의 관세를 인상했다. 값싼 중국산 제품의 유입으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서다. 닛케이는 “중국은 알루미늄과 시멘트 부문에서도 막대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중국의 주택 거품 붕괴가 국제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