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된 보호구역 내 부동산에 대해 재산세를 경감하는 조치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번 ‘합헌’ 결정은 문화재 보호구역에 있는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경감을 규정한 지방세법 관련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최초 결정이다.
헌재는 지방세법 제106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 소원 사건에서 평의에 참여한 재판관 8인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청구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토지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인접해 있어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토지에 주택을 짓고자 건축 허가를 신청했으나, 안양시장과 문화재청장은 문화재 주변 경관을 저해하고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2018년 9월 안양시 만안구청장은 해당 토지를 종합합산과세대상으로 구분해 청구인들에게 각각 2018년 재산세 및 지방교육세를 결정‧고지했다. 이에 청구인들은 재산세 등 부과 처분 취소를 구하는 한편 소송 중에 지방세특례제한법 제55조 제2항 제1호 등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으로부터 신청이 각하‧기각되자 2020년 9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 55조 2항 1호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로 지정된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면제하고, 같은 법에 따라 지정된 보호구역에 있는 부동산에 대해선 재산세의 100분의 50을 경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보호구역은 문화재가 외부 환경과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문화재 주변 경관을 저해하는 이질적 요소들로 인해 문화재 가치가 하락하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양자는 그 취지와 목적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호구역에 있는 부동산의 경우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대부분의 현상 변경 행위에 관해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있는 부동산은 보호구역 내 부동산과 비교할 때 건설공사 시행이 더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헌재 판단이다.
헌재는 보호구역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 각 취지와 목적을 달리하며 재산권 행사 제한의 정도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보호구역에 있는 부동산을 재산세 경감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있는 부동산을 재산세 경감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심판대상 조항이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