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이토추 등 日 5대 상사주 매입
차익시현 위한 엑시트 가능성 우려
TSMC 투자금 회수 당시 대만 증시 급락
일본 상장사, 자사주 매입 2년 연속 사상 최대
일본 증시가 3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주요 기업이 본격적인 주가 방어에 나섰다. 무엇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차익 시현 행보 가능성을 일본 기업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주요 상장사는 버핏이 일본 투자금을 회수할 경우 적잖은 타격이 이어질 수 있어 ‘포스트 버핏’ 시대를 대비해 주주 다각화를 추진하는 한편,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버핏 회장은 2020년 8월 일본 5대 상사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토추상사를 비롯해 △스미토모 △미쓰비시 △미쓰이 △마루베니 등이었다. 이후 3년여 동안 이들 5개사는 호실적을 앞세워 평균을 웃도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버핏은 지난해 4월 일본 방문 당시 총 1조3000억 엔(약 11조7000억 원)의 엔화 채권을 발행했으며 그중 일부 자금으로 일본 5대 상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현재 버핏이 보유한 이들 상사 지분율은 7.5~8.4%다.
또 새해 들어 일본 증시 벤치마크 닛케이225지수는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22일 종가 기준으로 약 34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한 뒤 다소 주춤했으나 30일 전 거래일 대비 0.11% 오른 3만6065.86에 마감해 이틀째 상승했다. 1989년 말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8915)에는 약 7% 차로 다가섰다.
그만큼 버핏 등 해외 투자자들이 차익 시현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블룸버그는 “버핏이 지난해 TSMC 지분을 축소했을 때 다른 투자자들도 그를 따라 대만 증시에서 빠져나왔다”라며 “일본 기업도 버핏의 지분 매각 후 불어닥칠 영향을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미토모상사의 투자자관계(IR) 책임자인 다카야마 요시노리는 “버핏 회장이 우리 주식을 영원히 보유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매각 위험을 대비해 주주 다각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주요 기업은 주가 방어에 나섰다. 잇따라 주주와의 대화 등을 통해 주주기반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9조6020억 엔에 달했다. 3년 연속 증가는 물론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도 2년 연속 1000곳을 넘어섰다.
영국 LSEG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6800억 달러에 머물렀다. 글로벌 추세와 일본 기업의 행보가 대조적인 셈이다.
자동차와 전자 등 일본 주요 기업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현금성 자산이 급증했고, 기업은 이를 주가 방어에 적극 활용 중인 셈이다. 닛케이는 “4월 결산을 앞둔 일본 주요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이 더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라며 “작년 9월 기준 상장기업(금융사 제외)의 자기자본 비율은 43%로 역대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고 설명했다.
버핏의 투자 대상인 일본 5대 상사들도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1월 1일부로 3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이토추상사는 자사주 매입으로 자사 최대 주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