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대응했던 2022년보다는 5.1% 줄어
수소ㆍ전기차 관련 법안에 대한 로비 강화
슈퍼널 필두로 UAM 관련 로비 확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금액을 대미(對美) 로비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공 관련 로비 금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도심항공교통(UAM) 관련 사업을 확대하며 정치권 로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31일 미국 로비 자금을 추적하는 비영리기구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19만 달러(약 42억 5800만 원)를 대미 로비에 투입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최대 자금을 투입했던 2022년 지출액(336만 달러)보다는 5.1% 줄어든 규모다.
미국에서는 이익단체가 정당과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로비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과 정부도 로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는 1만3000명에 달했고 전체 로비 자금은 42억2000만 달러를 넘겼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스텔란티스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 다섯 번째로 많은 돈을 로비에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대차는 208만 달러, 기아는 111만 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지출했다. 분야별로 보면 현대차와 기아는 자동차 산업 분야 로비에 전년 대비 13.3% 줄어든 228만 달러를 사용했다. 특히 수소 연료전지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련 법안에 대한 로비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철상 산업 분야 로비에 24만 달러를 썼다.
눈에 띄는 건 항공 분야 관련 로비가 늘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항공 산업 관련 로비에는 전년 대비 36.7% 늘어난 67만 달러를 투입했다. 현대차의 미래항공교통(AAM) 독립법인 슈퍼널이 사용한 로비 자금이다. 현지에서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을 확대하면서 관련 제도가 유리한 방향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정치권 로비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K&L 게이츠, 머큐리 등 미국 유명 로비 업체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미국 정관계를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 활동을 벌이는 대형 로펌이다. 정식 고용된 로비스트는 현대차 34명, 기아 15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현대차는 대미 로비를 비롯한 미국 대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를 자문역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8월에는 GPO(Global Policy Office)를 신설하고 책임자에 외교부 북미2과장을 거친 김일범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