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전문가 3인 제언
전문가들은 최근 성장세가 꺾인 수제맥주의 부흥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과감하게 풀고, 해외 수출·마케팅 지원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 끌어줘야 한다고 했다.
구본자 대경대 세계주류양조학과 교수는 수제맥주 판매를 발목 잡고 있는 ‘주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수제맥주는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해 온라인 판매가 가로막혀 있다. 반대로 민속주와 지역특산주 등은 2017년부터 산업 보호·육성을 위해 예외적으로 온라인 판매가 허가됐다.
현행 전통주산업법과 주세법을 보면 전통주는 △정부가 지정한 장인(무형문화재 면허 보유자)이 만든 술 △정부가 지정한 식품 명인이 만든 술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국산 밀, 보리를 원료로 한 수제맥주는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현행 주류 제조면허상 탁주와 약주, 청주와 증류식 소주, 일반 증류주와 리큐어 등 8종외엔 허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민속주와 지역특산주 등 전통주와 달리 수제맥주는 우리 농산물로 제조하더라도 온라인에 판매할 수 없다”며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가 대기업처럼 전국에 촘촘한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전통주의 범위를 넓혀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다. 국산 농산물의 범위를 쌀과 같은 곡물뿐만 아니라 과일, 향신료 등으로 넓혀달라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불합리한 규제는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통주는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고 그 외 주류는 불가능한 건 상당히 불합리한 규제”라며 “이 규제는 국내 전통주 산업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는데, 수제맥주도 지켜야할 많은 국내 기업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수제맥주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광범위한 주류 온라인 판매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앤소믈리에학과 교수는 “수제맥주 부활을 위해선 온라인 판매가 허용돼야 한다”면서도 “전통주 범위를 수제맥주까지 넓히면 다른 주류업계들의 반발로 조속한 규제 해제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수제맥주 산업 육성을 위해선 판매망을 해외까지 넓혀 활로를 개척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구 교수는 “해외에서 K식품과 K맥주에 대한 관심도 커, 매출 규모를 키우려면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미 몇몇 업체는 해외로 진출,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고 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미국 수출을 시작했다. 일회성이 아닌 연간 계약을 맺고, 초도 발주금액만 5만 달러를 넘겼다. 다만 구 교수는 “국내 수제맥주 업체는 대부분 중소 규모”라며 “복잡한 수출 과정을 극복하려면 기업과 교육기관 등을 일대일 매칭시켜 마케팅, 연구·개발(R&D) 지원으로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