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과 주류 트렌드 변화로 수제맥주 침체기
수제맥주 1·2위 '제주맥주·세븐브로이' 실적 악화
코로나19 기간 돌풍을 일으켰던 수제맥주의 열기가 사그라들며 업계 전반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한때 수제맥주는 근거리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한 편의점을 중심으로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했고, 코로나19로 확산한 홈술 문화와 맞물리며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엔데믹과 함께 주류 트렌드가 위스키·하이볼과 일본맥주로 옮겨가면서, 수제맥주업계 1,2위를 다투던 대형 제조사들마저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4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맥주시장의 수제맥주 점유율은 2018년 1.40%, 2020년 3.55%로 꾸준히 늘었고, 2022년에는 4.92%까지 증가하며 5년 새 7배가량 늘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3년 93억 원에서 2017년 433억 원, 2019년 800억 원, 2020년 1180억 원, 2021년에는 1520억 원으로 늘었다. 수제맥주 인기에 힘입어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 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4년 54개 수준이던 소규모 양조장은 2018년 124개로 100개를 돌파했으며, 2022년말 기준 177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주류 트렌드가 위스키·하이볼, 일본맥주로 바뀌면서 수제맥주 인기도 빠르게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결국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위축은 수제맥주업체들의 실적 악화로도 이어졌다. 수제맥주업계 매출 1위인 제주맥주는 2021년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82억 원, 2022년 11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적자가 94억 원에 달해 연간 영업손실이 1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제주맥주는 지난해 전체 임직원의 40%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대표이사는 급여 전액을 반납하며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제주맥주는 앞으로도 부진을 이어간다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코스닥 시장에선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경우 관리종목, 5년 연속일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2위인 세븐브로이맥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1년 119억 원, 2022년 7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세븐브로이맥주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39억 원으로 연간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했다.
문제는 편의점 채널로 유통이 쏠리며 사실상 수제맥주만의 차별성을 발휘하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편의점 채널의 ‘4캔 1만1000~2000원’이라는 마케팅 정책에 따라 납품단가의 상한선이 정해지면서 업체별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고품질의 맥주는 생산단가를 맞추기 어렵게 됐고, 납품단가를 맞출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맥주’만 넘쳐나게 됐다.
업계에선 수제맥주 시장의 부흥을 위해서는 수제맥주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키지만 강조한 협업 제품 출시를 지양하고 기존 맥주와 차별화하는 등 제품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상품 경쟁력보다 이슈에 집중하거나 컬래버레이션에만 급급한 상품들이 늘어나면서 수제맥주의 인기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면서 "수제맥주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화제성에 집중한 제품보다 제품력으로 승부를 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