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가격, 23% 추가 하락할 수도
호주·캐나다 업체, 일부 광산 운영 중단 예정
전날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현물 가격은 톤(t)당 1만5984달러(약 2140만 원)를 기록해 1년 전보다 약 40% 하락했다. 니켈 현물 가격은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던 2022년 3월 초 톤당 4만822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니켈 가격이 23%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니켈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화석연료 퇴출과 탈탄소화 경쟁이 심화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수년간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글로벌 광산업체들은 일제히 니켈 산업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 BHP그룹은 2021년 7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연간 1만8000톤 규모의 니켈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다만 니켈의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인도네시아가 저급 니켈을 배터리용 고급 니켈로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시장 공급량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니켈 공급이 수요를 약 24만500톤 초과하고 내년에도 초과 공급량이 20만4000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글로벌 니켈 시장 규모가 연간 300만 톤인 것을 감안하면 공급 과잉 수준은 실로 막대하다”고 진단했다.
공급 과잉으로 니켈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글로벌 광산기업들의 상황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호주 파노라믹리소스는 올해 초 주요 광산의 운영을 중단했다. 호주 와이루메탈스와 캐나다 퍼스트퀀텀미네랄스의 일부 광산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맥쿼리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니켈 광산의 60% 이상이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리버럼캐피털의 톰 프라이스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가격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1년 넘게 지켜본 결과, 니켈은 고비용 자산이 됐다”며 “호주 서부와 프랑스령의 남태평양 섬나라 누벨칼레도니 지역의 광산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누벨칼레도니의 니켈 가공업체 세 곳과 구조조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NEF)의 앨런 레이 레스타우 애널리스트는 “생산량이 줄어들더라도 니켈 가격이 빠르게 반등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올해도 인도네시아의 공급 과잉이 니켈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