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성향 김태규 3표…“새로운 후보 찾아서 추천” 조율
4월 총선 지나서도 처장 공백사태 우려…남은 사건 산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후보자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7번째 회의에서도 이견이 좁아지지 않은 가운데, 후보추천위원회는 새로운 처장 후보자를 더 찾아보자며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오후 4시 국회에서 7차 회의를 열고 심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후보를 추리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1차 회의에서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를 최종 후보로 선정한 뒤 나머지 1명을 놓고 공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종 후보는 추천위원 7명 중 5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애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앞선 투표에서 4표를 받았다가, 이번 7차 회의에서는 3표를 받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위원장은 친여 성향으로 분류된다.
추천위는 여야 추천위원 각 2명, 법무부 장관(대행),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법원행정처장(김상환→천대엽)과 법무부차관(이노공→심우정)이 교체된 뒤 열린 첫 회의인 만큼 일각에선 최종 후보자가 추려질 것이란 얘기가 나왔으나 불발됐다.
8차 회의는 이달 29일 열릴 예정이다. 통상 회의가 끝난 후 1~2주일 내 다음 회의가 열려왔던 것과 비교하면 긴 시간이 남아있다. 7차 회의에서 각자 새로운 후보를 찾아보고 추천하자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에 8차 회의 기간도 여유 있게 잡았다는 전언이다.
다만 야당 추천위원들이 새로운 후보를 추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최종 후보로 뽑힌 오 변호사는 여권에서 추천된 후보인데 여당 추천위원들은 다시 여권 성향인 김 부위원장을 밀고 있는 만큼, 새 후보자가 들어와 표 대결을 해도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추천위가 새로 꾸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야당 추천으로 합류한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선 출마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8차 회의에 참석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만약 사임하더라도 민주당에서 후임을 추천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했다.
정 교수가 사임할 경우 야당은 새로운 위원을 국회에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추천위원으로 위촉하는 절차를 거친다. 교섭단체가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
일각에선 공수처장 공백 사태가 4월 총선을 지나서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행 체제에서 주요 사건에 대한 처분 등이 미뤄질 수밖에 없는데, 추천위는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며 “만약 총선 전까지 후보자 확정이 안 되면 그 이후엔 시간이 더 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는 지난달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물러나면서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송창진 수사2부장이 차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현재 ‘채상병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전현희 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