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빚더미‘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

입력 2024-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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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가계부채, 경제침체 가속화
부동산PF, 금융권 시한폭탄 가능성
가계·기업·정부 부채줄이기 시급해

우리 경제의 총부채 규모가 6000조 원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국제금융협회(IIF)는 2023년 3분기 기준 우리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서 주요 34개국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부채의 경우도 GDP 대비 126.1%를 기록하여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166.9%)과 홍콩(267.9%)을 제외하면 단연 1위라고 한다.

그동안 재정건전성을 자랑하던 정부부채는 GDP대비 48.9%로 주요 34개국 중 22위로 부채 규모로만 보면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빠른 증가 속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정부의 부채는 전년동기 대비 4.7%포인트 상승하여 증가율 4위를 기록하였고, 기업 부채비율(상장사 기준) 또한 2022년 동기대비 5.7%포인트 증가하여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부채비율이 증가한 9개국에 포함되었다.

신용(trust)과 미래에 대한 투자의 증거라는 점에서 적정 수준의 부채는 일국 경제의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관건은 이러한 부채가 사용된 용도가 무엇이며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는 경제의 강건성(robustness)이 얼마나 큰가에 있다. 1980년대부터 계속된 라틴아메리카의 외채위기와 1997년의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모두 부채가 잘못된 데 사용되거나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취약한 경제운용으로부터 발생한 것이었다.

1980년대의 외채위기는 집권층의 부패와 결부된 인기영합적 경제정책이 원인이었고,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태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투기적 공격이 동아시아 전역으로 번져 외환관리를 제대로 못한 경제들에 치명타를 안겨준 사건이었다.

그중에 우리나라가 있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또한 서민에 대한 정치적 고려로 출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월가에서 개발한 고도의 금융기법으로 포장되어 안정성을 위장하다가 본자산인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사건이다.

우리 경제 가계부채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의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택가격의 하락과 금리에 민감한 구조다. 대부분 변동으로 되어 있는 담보대출 이자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때 그리고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있을 때 발생할 가계 부도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 상황에서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위기는 높은 저축률을 가진 가계가 버텨 이겨낼 수 있었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이 급등한 환율을 활용하여 중국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이겨낼 수 있었다.

문제는 현재의 부채상황이다.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부채 규모가 내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수준이다. 특히 높은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소비를 위축시켜 가뜩이나 낮은 성장률(2023년 1.4%)을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침체를 가속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시공능력 16위의 태영건설이 부동산프로젝트금융(PF) 대출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였다. 태영건설은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모기업이다. 시공순위 30위권 이내 건설사의 워크아웃은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이다. 부동산 PF는 현재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고금리, 그리고 자재비 상승에 의한 건설비 증가를 고려해 볼 때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각 부문의 부채 다이어트와 안정성 관리이다. 특히 대출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부동산 투매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체별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 또한 한국은행과 더불어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 안정화를 위한 역할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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