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도 동맹휴학 계획…한림대 의대부터 시작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의과대학 재학생들의 반발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진료거부나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를 표하고 있다.
이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이 수련 포기를 예고했다. 박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병원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며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수련 계약서에 따라 인수인계 등에 차질이 없도록 3월 20일까지 병원에서 성실히 근무하겠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면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어 3월 20일까지만 회장 업무를 수행한다. 임기를 충실히 마치지 못해 동료 선생님들께 송구하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홍재우 대전성모병원 인턴이 13일 유튜브를 통해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가 될 예정이었지만,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며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의사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더는 의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집단행동을 선도한다고 생각하면 면허를 가져가도 좋다”고 밝혔다. 대전성모병원은 해당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병원 측은 “사직 여부는 전국 성모병원을 총괄 관리하는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결정한다. 개인 일신상의 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만큼 사표가 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단체행동과 관련 대전협은 이달 5일 ‘의대 증원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느냐’는 설문을 진행한 바 있다. 수련병원 140여 곳, 전공의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해당 설문 결과 88.2%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 흔히 ‘빅5’로 불리는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참여율은 86.5%였다.
다만 이날까지 병원별로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 주요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전협 설문조사 결과가 집단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라면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집단행동이 본격화되면 이에 따라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대생들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 당국은 2000명 증원이라는 비현실적인 숫자를 제시해 전체 의료계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다. 증원 시 필연적으로 예견된 심각한 질적 저하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며 과학적 근거 기반 합리적 증원 계획을 요구했지만, 소통하려는 일말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대협은 13일 임시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단체행동을 의결했다. 15일 한림대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동맹휴학에 돌입하기로 했으며, 의대별로 설문을 거친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5일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병원들은 중증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병원이다. 여기에서 대규모 집단행동이 일어나면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일부라도 인력이 빠져서 진료에 문제가 생긴다면 비상진료대응계획에 따라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박 차관은 “지난 10년간 20대 의사 비중은 절반으로 줄었고, 65세 이상 고령 의사는 2배 수준으로 늘었다. 2000명 규모의 증원 없이는 미래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또 2000명이 늘어도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문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사직서 제출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을 주는 집단행동을 도모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도구 삼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다. 의대 증원 없이 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